하림그룹 주요 계열사인 팬오션이 3분기에 하림그룹에 인수된 후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내년 국제해사기구(IMO)의 친환경 선박 규제에 맞춰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노후 선박 폐선 효과로 인해 팬오션은 견조한 실적을 유지할 것이란 기대도 높다.
13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팬오션은 연결기준으로 3분기 매출액 6822억원, 영업이익 634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11.6%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0.3% 늘었다. 영업이익은 시장 컨센서스 608억원을 상회하는 것은 물론 2015년 하림그룹이 팬오션을 인수한 이래 분기별로는 가장 좋은 성적이다.
팬오션은 세계적 벌크선(포장하지 않은 화물을 그대로 적재할 수 있는 화물전용선) 회사다. 해운 부문에서는 주력인 벌크선을 통해 철재·목재·원목·비료·철광석·석탄·곡물 등을 운송하고 컨테이너선과 탱커(유조선)도 운용하고 있다. 비해운 부문에서는 곡물 사업과 선박관리 사업 등을 영위한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실적 호조에 대해 성수기 효과에 환율 효과가 가세한 덕분으로 보고 있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13일 낸 리포트에서 "3분기는 계절적으로 벌크선 시장의 성수기인 데다 달러당 원화값까지 하락한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벌크선운임지수인 BDI는 3분기 평균 2030으로 전년 대비 26.3% 상승했고 이에 따라 벌크선 영업이익률은 11.5%로 전년에 비해 1.3%포인트 개선됐다"며 "3분기 말 달러당 원화가치는 1196.4원으로 작년 대비 7.8% 하락했다"고 덧붙였다.
성수기가 지난 4분기에는 벌크선 운임료를 나타내는 BDI가 하락 추세다. 최근 한때 2500까지 치솟았던 지수는 현재 1300 수준으로 떨어져 있다.
그럼에도 증권가에서는 BDI에 대해 긍정적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내년부터 선박들은 저유황유를 쓰거나 탈황장치(스크러버)를 부착해 오염물질을 덜 배출하도록 하는 IMO의 규제를 받게 된다. 이에 따라 개조 비용이 많이 들거나 연비가 떨어지는 노후 선박은 차라리 폐선하는 것이 낫기 때문에 BDI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중소 선사들이 환경 규제에 대응하지 못할 것으로 보여 대형 선사인 팬오션은 오히려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2020년 브라질 철광석 수출 회복에 따른 건화물선 해상물동량 증가와 노후 선박들의 해체 가속화로 BDI 상승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말부터 인도받을 예정인 초대형광석운반선(VLOC) 6척을 비롯해 장기화물 운송계약의 본격적인 시행도 매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4분기 단기 수요 부진으로 인한 주가 하락을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수요 측면에서 글로벌 주요 국가들의 재정정책으로 인한 원자재 수요 개선 및 재고 확충이 기대되며 공급 측면에서는 선박 발주 제한, 선박 해체 증가로 선박 공급이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중 무역갈등이 진정세를 보이는 것도 팬오션에는 호재다. 무역갈등이 합의점을 찾으면 물동량이 늘어나면서 일감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팬오션 관계자는 "내년 총 13척의 배를 인도받아 이를 투입할
다만 신중론을 펴는 전문가도 있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IMO 환경 규제로 선사들의 비용 상승이 본격화할 전망이지만 원가 전가 시도가 선사들의 이익에 맞게 충분하게 이뤄질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우제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