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정최고금리 인하의 역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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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업체들이 대출을 줄이면서 서민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나고 있다. 4일 서울 영등포 한 거리에 대출 광고가 붙어 있다. [김호영 기자] |
이처럼 경영 악화에 빠진 대부업체로부터 외면받은 많은 서민들이 불법 사금융 업체의 사냥감이 되고 있다. 대부업계가 쪼그라든 주요 원인은 법정 최고금리 인하다.
2010년 44%였던 법정 최고금리는 지난해 2월 24%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1만4014곳이었던 대부업체 수는 8310곳(지난해 말 기준)으로 줄어들었다. 불과 10년도 채 안되는 사이에 업체의 40%가 문을 닫은 셈이다.
24%의 최고금리는 대부업체가 100만원을 빌려줬을 때 24만원을 번다는 의미다. 높은 수익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수신 기능이 없는 대부업체는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이나 개인에게서 자금을 조달한다. 통상 대형 대부업체들이 연 금리 4~5%, 중소형 업체들이 10~12%에 돈을 빌린다. 여기에 모집비와 관리비 등 운용비용까지 더하면 보통 24%에서 10%가 남는다.
게다가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차주 대부분은 신용등급 7~10등급인 저신용자라 부실 가능성이 크다. 최근 대부업체들이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문턱을 높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신용등급 6등급 차주의 불량률은 1.82%이지만 7등급부터 6.29%로 올라간다. 10등급의 불량률은 33.03%에 이른다.
경기 악화로 높아진 연체율도 대부업체가 대출 심사를 까다롭게 하는 이유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대부업 개인신용대출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상위 20개사 대부업체의 개인신용대출 연체율(원리금 연체 30일 이상 기준)은 7.2%다. 2016년 상반기 자산 100억원 이상 대부업체의 연체율은 5.0%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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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금융권인 은행에서 대출을 거부당한 저신용자는 저축은행과 카드사 등 제2금융권을 찾는다. 이곳에서도 밀려난 저신용자들이 대부업에 손을 벌린다. 하지만 더 이상 대부업체도 저신용자를 받아주지 않는다. 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2015년 75만2000명이던 대부업체 이용 저신용자는 올해 상반기 14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대부업체에서 밀려난 서민들은 불법 사금융을 기웃거린다. 올해 초 서민금융연구원 설문조사 결과 대부업체에서 거절당한 이후 불법 사금융을 이용한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14.1%였다. 불법 사금융의 연 금리는 많게는 1000%에 달한다. 미리 이자를 공제하고 돈을 빌려주는 것은 불법 사금융의 대표적인 사례다. 전통시장에서 주로 사용하는 '불법 일수(매일 일정 액수를 갚는 것)' 이자도 보통 연 100~200%다.
전문가들은 우선 대부업에 대한 정책 방향을 제대로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민금융의 한 축으로 대부업을 인정하든지 대부업 대신 재정을 투입하라는 의미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부업은 저신용자를 위해 정부가 할 일을 대신 해주는 것"이라며 "금융시장에 맡기려면 대부업 자금 조달 길을 열어주거나 정부가 재정으로 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대부업은 저신용 금융소비자의 소액 급
대부업체에서 탈락한 서민들을 위한 정책서민금융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시에 '채무조정'에 대한 인식 전환 등 채무조정 연계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새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