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출시돼 지금까지 3조원 이상 팔린 코스닥벤처펀드는 문재인정부 들어 조성된 1호 관제펀드다.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겨냥해 정부 주도로 기획된 이 펀드는 출시 초반 급격하게 세를 불렸다. 출시 한 달 만에 사모와 공모를 합해 2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모였다. 메자닌 채권 등 벤처기업 신주와 코스닥 구주를 펀드 자산의 절반 이상 담으면, 코스닥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과 소득공제 혜택을 제공한 점이 인기몰이 요인이다.
출시 당시 최고 인기상품으로 꼽혔던 코스닥벤처펀드가 최근 빗발치는 환매 문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특히 환매가 자유로운 개방형으로 조성된 공모 코스닥벤처펀드에는 자금 유출이 가속화하고 있다. 공모 코스닥벤처펀드 설정액은 지난해 6월 7820억원으로 최고점을 찍고 지속적으로 감소해 이달 중순 4000억원대까지 쪼그라들었다.
반면 코스닥벤처펀드 전체 규모의 84%에 해당하는 사모 코스닥벤처펀드 투자자들은 환매조차 할 수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대부분이 중도 환매가 불가능한 폐쇄형으로 설정됐기 때문이다. 한 헤지펀드 운용사 대표는 "사모 코스닥벤처펀드의 70%가 폐쇄형으로 설정됐다"고 말했다.
사모 코스닥벤처펀드 대부분은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 채권으로 벤처 신주 15% 할당분을 채웠다. 유동성이 부족한 메자닌 채권을 편입한 펀드를 개방형으로 설정하면 고객 환매 요청이 들어올 때 자산을 제때 매각하지 못해 환매에 응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이에 비해 공모펀드는 메자닌 채권 조달 문제 등 이유로 벤처 신주 15% 편입 요건을 대부분 주식이나 전환우선주(CPS) 등 유동자산으로 채워 개방형으로 설정됐다.
은행과 증권사의 판매 창구에는 이달 중순 이후 사모 코스닥벤처펀드 가입자들의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으로 사모펀드 업계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다. 특히 일부 사모펀드 운용사가 지난해 고평가된 메자닌 채권을 코스닥벤처펀드 조성을 위해 무분별하게 매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입자들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사모 코스닥벤처펀드를 수억 원어치 판매한 일선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대부분 편입한 메자닌 채권 가운데 부실한 상품이 섞여 있지는 않은지 묻는다"고 전했다.
투자자로서는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다. 코스닥벤처펀드의 주요 편입 자산인 메자닌 채권에서 언제 부실이 터질지 모르지만 중도 환매가 불가능해 딱히 대처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사모 코스닥벤처펀드에 가입한 한 투자자는 "얼마 되지 않는 소득공제를 노리고 전세금을 실었다가 마음고생이 심하다"고 토로했다.
사모 코스닥벤처펀드가 담은 양대 축은 코스닥 주식과 메자닌 채권이다. 코스닥 지수는 펀드가 설정되던 지난해 4월 800대에 머물다가 현재 600선까지 떨어졌다. 자산의 15% 이상 편입한 메자닌 채권은 부실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코스닥벤처펀드가 공모주 우선 편입과 세제 혜택 요건을 채우기 위해 사모 운용사들이 메자닌 사냥에 나서면서 제로금리 메자닌이 속출하는 등 고평가 논란이 나온 바 있다. 겹악재가 쏟아지는 상황이다.
코스닥벤처펀드를 설정한 사모 헤지펀드 운용사들은 고객 달래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모 코스닥벤처펀드를 수백억 원어치 조성한 한 운용사 관계자는 "판매사들과 펀드매니저들이 수시로 만나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고 있다"며 "제2의 라임 사태가 행여나 발생할까 온 업계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증권사 PB는 "분기별로 한 번씩 배포하던 운용보고서를 투자
다만 사모 코스닥벤처펀드 수익률은 전반적으로 양호한 수준이다. 사모 코스닥벤처펀드 수익률은 공모보다 선전하고 있다. 공모 코스닥벤처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평균 -1%지만 사모펀드는 3.6% 수준이다.
[홍혜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