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회계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16일 주기적 감사인지정제 시행에 따라 기존 삼일회계법인에서 한영회계법인으로 감사인이 지정된 아시아나항공은 한영 측과 논의 끝에 감사인 재지정 요청 의견을 금융감독원에 제출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크레디트스위스와 아시아나항공의 공동 매각주간사 지위에 있는 한영이 감사인으로 선임되자 양측 모두 당황했다"며 "두 회사는 감사인의 독립성 위반 소지가 있다는 데 공감하고 한영이 재지정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감사인을 변경하기로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매각이 진행 중인 아시아나는 다음달 7일 본입찰을 거쳐 이르면 연내에 인수·합병 작업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이 경우 2020년 회계 부문부터 감사를 맡는 한영은 하자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매각 건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알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재지정을 요청했다는 분석이다.
대형 상장사 중에는 아시아나 뿐만 아니라 KB금융지주, 메리츠금융그룹 등이 조만간 감사인 재지정 요청서를 낼 전망이다. 한영으로 지정된 KB금융지주는 이미 한영 측과 다년간의 비감사부문 용역컨설팅 계약을 한 상태로 감사를 수용할 경우 용역 계약을 해지해야 한다. 이미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컨설팅 계약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재지정 요청이 불가피한 형국이다.
시장에서는 아시아나와 KB금융지주가 감사인을 새롭게 지정받을 경우 새 감사인에는 삼정KPMG가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상장사인 두 곳은 소위 빅4(삼일·삼정·한영·안진) 회계법인에서 결정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기존 감사인이었던 삼일과 한영이 제외되면 삼정과 안진밖에 대안이 없다. 이 상황에서 대한한공의 감사를 맡게 된 안진, 주기적 지정제 여파로 신한금융지주 감사인에서 물러난 삼정이라는 배경을 감안할 때 아시아나항공, KB금융지주 모두 삼정이 가져갈 공산이 큰 셈이다.
이 밖에 메리츠금융그룹은 계열사별로 흩어진 감사인을 통일시키기 위해 재지청 요청에 나설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종금증권은 삼정이,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은 삼일이 지정된 상태다. 계열사별로 다른 감사인을 두는 것은 감사를 받는 업체나 감사인 모두 불편해지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삼정이나 삼일 중 한 곳을 메리츠금융이 택하는 형태의 재지정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대형 상장사는 독립성 문제나 국내외 계열사의 감사인 일치 문제로, 중소형사는 새로운 감사인과의 비용 문제로 재지정 요청이 쇄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제도가 처음 시행되다 보니 상장사와 감사인의 문의가 많은 편"이라며 "재지정 요청 기일과 계약기간 등을 다소 탄력적으로 운영해 혼란을 최소화하고 제도 정착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29일까지 사전 감사인 지정에 대한 재지정 요청 및 의견서 제출을 마감하고, 상장사와 감사법인의 의견을 분석해 다음달 12일 회사 측에
[진영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