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로금리의 공습 ① ◆
세계 각국이 금리 낮추기 경쟁에 돌입했다. 제로 금리는 기본이고 마이너스 금리까지 등장했다. 경제학 교과서에도 나오지 않는 일이 벌어지면서 전 세계 금융회사와 투자자들은 고민에 빠졌다. 30일 금융 업계에 따르면 미·중 무역분쟁과 영국 브렉시트, 미·이란 갈등 등 글로벌 금융시장에 각종 악재가 쏟아지면서 각국이 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한국은행도 지난 7월에 이어 10월 기준금리를 현재보다 0.25%포인트 내린 1.25%로 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경기 상황에 따라서는 이후에도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문홍철 D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와 유사한 금융체력을 갖춘 나라 상당수가 제로 금리에 들어섰다"며 "국내도 기준금리가 1% 밑으로 떨어져 사실상 제로 금리로 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설명했다.
유럽 각국과 일본은 저성장에서 탈피하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글로벌 마이너스 금리 채권 규모는 전 세계 투자등급 채권의 3분의 1가량인 17조달러에 육박할 정도다. 이들 채권에 투자하면 투자금액보다 적은 돈을 돌려받지만 이 채권을 매입하려는 수요가 넘쳐난다. 경기 불안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너스 금리여서 현금보다 못한 것 같지만 채권 쿠폰이자와 현금 보관비용 등을 감안해 비교하면 채권 투자 수익률이 낫다. 이 때문에 선진국 국채 가격과 금값은 요즘 천정부지로 치솟는 분위기다. 강력한 수요로 인해 독일·네덜란드·덴마크·스위스 국채는 현재 모든 채권이 마이너스 금리에 거래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스웨덴 등은 만기 50~100년인 초장기 국채 발행도 검토 중이다. 오스트리아가 발행한 100년 만기 국채 수익률도 연 0.75% 수준에 불과하다. 마이너스 금리는 개인 생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덴마크 위스케은행은 1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에 -0.5%의 금리를 매겼다. 1억원을 빌린 사람이 매년 50만원씩을 받는 방식이다. 만기 때 돌려줄 돈이 사실상 9500만원이라는 얘기다. 또한 스위스 UBS는 11월부터 잔액이 200만스위스프랑(약 24억원)이 넘는 개인 계좌에 연 0.75%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마이너스 금리로 대출과 예금에 대한 지금까지의 상식과는 정반대 일이
제로 금리로 금융회사 수익성도 악화될 전망이다. 예대금리 차이에서 발생하는 순이자마진이 하락하면서 수익성 악화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를 겪고 있는 일본 은행들은 단기 국채로 운용하는 머니마켓펀드(MMF) 판매를 중단하는 등 취급 상품 구조조정에 나섰다.
[이승훈 기자 / 이새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