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릭스미스가 26일 공시한 지분 변동 내역에 따르면 김용수 전 헬릭스미스 대표의 부인인 이혜림 씨는 23일 2500주를 평균단가 17만6629원에 장내 매도했다.
23일 장 마감 후 임상 결과 혼용과 재임상 실시를 골자로 한 공시가 나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전에 정보를 파악하고 팔아 치웠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날 김 전 대표의 자녀인 김승미 씨도 평단 17만6807원에 500주를 장내 매도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총 5억3000만원에 달한다. 23일 매도 이후 헬릭스미스 주가는 연 이틀 하한가를 포함해 26일까지 55.7% 급락했다.
김 전 대표는 김선영 현 헬릭스미스 대표의 처남으로 지난해 8월 회사를 떠난 뒤 10여 차례에 걸쳐 10만주 이상을 처분한 바 있다. 지분율도 기존 2.76%에서 현 1.79%로 낮아졌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매도자는 주식담보대출 상환을 위한 것"이라며 "임상관련 사전정보를 인지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바이오 대표 종목인 신라젠은 임상 3상 실패 소식이 발표되기 직전 일부 임원이 스톡옵션을 행사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헬릭스미스는 최근 주가 급락으로 진화에 적극 나섰지만 여전히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선영 대표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측면에서는 실패지만, 약물 효과는 지금까지 했던 임상보다 훨씬 큰 규모로 확인됐다"며 "임상이 10~15개월 연기되지만 시판 허가 날짜는 기존 목표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500명 수준의 환자를 한꺼번에 관리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150~200명 규모로 조금씩 조건을 달리해 2021년 임상 종료, 2022년에는 생물학적 제재 허가승인(BLA)을 획득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일부 주주는 헬릭스미스가 혼용 환자 존재를 이미 인지하고 있었으며, 이를 숨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지난 7월 헬릭스미스가 자사 홈페이지에 공개한 내용 때문이다. 당시 헬릭스미스는 "임상 3상에서 약물 라벨이 잘못돼 3상 데이터를 사용할 수 없다는 내용은 환자가 플라세보 대신 VM202를 맞고, VM202 대신 플라세보가 사용돼 임상 3상이 엉망이 됐다는 느낌을 주려 했던 것"이라며 "이 루머가 사실이라면 위탁생산업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중한 벌을 받게 되고 우리에게는 소송당해 파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헬릭스미스는 또 "사실이 아닌 루머를 만들어 비전문가에게 최대한 공포를 주려 했던 것"이라며 "병적인 사디스트거나 초단기 주가 하락을 유도해 이익을 내는 집단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실제 플라세보와 VM202를 혼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환자들이 임상 과정에서 나타나며 임상 결과를 도출할 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헬릭스미스 측은 "내부 정보가 나간 것은 없다. 이러한 의혹을 분석하기보다 임상 실력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힘을 쏟을 것"이라며 "6~8월은 주가 하락을 원하는 세력이 시장에 실패 루머를 뿌리고 있어 대응에 나섰다. 루머대로 라벨링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설명했다.
향후 임상 여력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았다. 헬릭스미스에 따르면, 올해 연말까지 헬릭스미스가 사용 가능한 자산은 1900억여 원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2020년 3월에 10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기일이 돌아온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이 풋옵션 행사에 나서면 사용 가능한 자금은 900억원으로 줄어든다. 임상 3상에 평균 500억원이 든다고 가정할 때 추가 자금 조달 필요성이 나올 수 있다.
반대 매매로 인한 주가
헬릭스미스 측은 "주식담보대출액 가운데 KB증권과 삼성증권을 통한 금액은 계약을 연장하는 방향으로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정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