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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임상이 삐끗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공매도까지 동원해 일찌감치 보유 주식을 처분한 외국인투자자는 예상이 적중하면서 거액의 수익을 거머쥘 수 있게 됐다. 이달 들어 헬릭스미스를 순매수한 것은 개인투자자뿐이었다. 외국인투자자들과 기관투자가들은 모두 순매도했다.
전날 장 마감 후 공시를 통해 알려진 대형 악재에 헬릭스미스는 24일 가격제한폭 하한선까지 폭락한 상태로 개장했다. 주가는 조금도 올라오지 못한 채 전 거래일 대비 30% 하락한 12만원으로 마감했다.
하한선까지 떨어진 주가에도 매수 주문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개장 초반 370만주가량 쌓여 있던 매도 잔량은 장 마감이 가까워진 오후 3시께 460만주까지 불어났다. 추가 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보는 투자자들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의미다.
이날 매도 주문은 대부분 개인투자자들이 낸 것으로 추정된다. 이달 들어 헬릭스미스를 순매수한 투자 주체는 개인뿐이기 때문이다. 지난 2일부터 개인투자자들은 헬릭스미스를 124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917억원, 기관은 324억원 순매도했다. 이번주로 예정돼 있던 임상 3상 발표를 앞두고 투자심리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개인투자자들은 헬릭스미스가 임상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회의적인 시각을 보냈다. 신라젠 암 치료제 펙사백이 지난달 던진 충격파가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바이오주를 바라보는 큰손들의 부정적인 시각이 그대로 투영됐다는 평가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이익 창출이 가시화하지 않은 바이오주는 기관이나 외국인이 섣불리 담지 못한다. 특히 액티브 펀드 가운데 헬릭스미스를 최근 추가 매수한 곳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임상 실패 가능성을 높게 본 일부 투자자들은 공매도를 동원해 주가 낙폭을 수익화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였다. 최근 한 달여간 헬릭스미스에 대한 공매도 잔액은 60% 이상 급증했다. 실제 주가도 하락세를 그렸다. 지난 20일 기준 헬릭스미스에 대한 공매도잔액은 4239억원으로 나타났다. 공매도 잔액은 특정 종목에 대해 실제 진행된 공매도 규모를 말한다.
최근 나타난 공매도는 대부분 외국인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달 들어 헬릭스미스 주식 순차입이 플러스를 나타낸 것은 외국인투자자들뿐이기 때문이다. 개인과 기관은 대여 규모가 차입 규모보다 컸다. 헬릭스미스에 대한 공매도는 앞으로도 당분간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 주가가 추가로 하락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공매도 대기 자금으로 여기는 대차잔액이 '역대급'으로 쌓여 있다. 23일 기준 헬릭스미스 대차잔액은 1조3736억원이다. 8월 초 5600억원까지 내려갔던 잔액은 한 달여 만에 세 배 가까이 불어났
한편 헬릭스미스는 이날 기업설명회를 열고 임상 결과 연기에 대해 주주들에게 사과했다.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는 "기존 대비 절반인 150~200명의 중간 규모 임상을 2~3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작은 규모의 임상을 철저하게 관리해 임상 데이터 품질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홍혜진 기자 / 서정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