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신임 금융위원장이 취임 후 금융권 최대 과제로 지목한 '극일 금융지원' 승인 규모가 9월 첫주 1조원을 돌파했다. 8월 초 금융당국이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 방안을 발표한 후 한달 만이다.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금융감독원, 산업·수출입·기업은행 등으로부터 입수한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금융권 지원 실적' 자료에 따르면 시중·지방은행, 3대 국책은행 등이 9월 첫주까지 승인한 금융 지원 금액은 1조 1416억원을 넘어섰다.
산업은행의 지원 규모가 6096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사업경쟁력 강화 지원자금으로 연매출 1조원 이상 규모 대기업 A사가 소재부품 연구개발(R&D) 자금 6000억원을 승인 받았기 때문이다. 사업경쟁력 강화 지원자금은 국내 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신사업 분야를 진출하거나 R&D, 생산성 향상 투자를 목적으로 돈이 필요한 소재·부품·장비 업체에 정책자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기업은행(170건, 2208억원)이 지원 규모 면에서 산은 뒤를 이었다. 170건 중 대부분인 144건은 기존 대출 연장이었다.
대기업 다수도 금융권에 'SOS'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시중·지방은행은 총 111건, 2590억원의 금융 지원을 승인했다. 이 중에는 중소·중견기업 뿐만 아니라 대기업도 8곳 포함돼 있다. 4개 기업은 총 304억원 규모 기존 대출 만기연장을, 4개 업체는 244억원 규모 신규대출을 요청해 지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입은행은 325억원, NH농협은행은 198억원의 지원 실적을 각각 기록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3일 ▲기존 차입금 만기연장 ▲신규 유동성 공급 확대 ▲소재·부품·장비 분야 경쟁력 제고 금융지원 등을 골자로 한 종합 금융지원 패키지를 발표한 바 있다.
지원 대상의 범위는 한·일 관계 악화 영향에 따른 '간접 피해 기업'들로 확대되고 있다. 8월 말 기준 금융권은 불매운동 등 영향으로 경영이 악화됐다는 사유로 도움을 요청한 8개 업체에 36억원의 금융 지원을 승인했다.
은 위원장은 지난 9일 취임 후 본격적인 업무에 착수하면서 '안정·혁신·포용금융'을 기치로 내걸었다. 사실상 첫 외부 공개 일정으로 경기도 안성시 소재 반도체 장비회사 아이원스 방문을 선택하면서 '소재·부품·장비산업' 육성, 즉 '극일(克日)'에 대한 지원사격을 금융권의 최우선 과제로 강조했
은 위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금융시장의 안정 없이는 그 어떤 금융혁신이나 포용금융도 연목구어(緣木求魚)에 지나지 않는다"며 금융 안정을 첫 번째 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금융시장 안정 과제로는 일본 수출규제 피해기업에 대한 대출 만기연장, 신규 자금지원 등 지원을 꼽았다.
[김강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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