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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무차입 경영인 대한유화는 재무 부담이 작아 투자 결정 이후 주가가 급등하고 있는 반면 부채비율이 150%에 달하는 코스모신소재는 유상증자 결정 공시를 내놔 주가가 신저가를 찍기도 했다. 특히 투자 목적에서도 대한유화는 석유화학 신사업 진출, 코스모신소재는 기존 설비 증설이라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는 평가다.
15일 금융감독원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한유화와 코스모신소재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증권사 3곳 이상 추정치 평균)은 각각 1389억원, 40억원이다. 작년 영업이익 대비 각각 56.4%, 73.5% 급감한 수치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제품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불황에는 허리띠를 졸라매게 마련인데 두 중견기업은 무역전쟁 이후 경기가 살아날 것에 대비해 선제 투자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유화는 지난 9일 이사회를 열고 스티렌모노머(SM) 생산공장을 짓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투자 규모는 3000억원이며 지난 6월 말 대한유화 자기자본(1조7160억원) 대비 17.6% 수준이다. 이 설비 완공 예상 시점은 2021년 말이다. SM은 일회용 컵, 단열재, 포장재 등 범용 플라스틱 제품의 기초 원료다.
증권가에선 이번 공시를 통해 대한유화가 보다 수익성 높은 석유화학 신사업에 진출하는 것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지금까지 대한유화는 원유에서 분해된 나프타를 나프타분해시설(NCC)에 투입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 범용 제품 위주로 생산해왔다. 회사 관계자는 "새로 진출하는 SM은 기존 대한유화 화학제품을 활용해 만들기 때문에 계열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설비가 완공되면 대한유화는 한화토탈(105만t), LG화학(68만t) 등에 이어 국내 5위 SM 생산회사가 된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대한유화가 SM 설비 가동을 통해 연간 390억원의 영업이익 증가를 누릴 것으로 추정했다.
SM은 자동차 경량화 소재로 각광받는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과 폴리스티렌(PS) 등의 주재료로, 향후 쓰임새가 넓어질 전망이다. 노우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화학 회사들의 ABS 증설 추세를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SM 시장은 공급이 부족한 수급 환경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과감한 투자를 결정한 배경에는 우량한 재무지표가 자리 잡고 있다. 대한유화 현금성 자산은 774억원으로 장단기차입금(560억원)보다 많다. 지난 6월 말 부채비율은 20.1%에 불과해 외부 차입에 부담이 없다.
특히 올 3분기에 흑자 전환해 현금 흐름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도 이번 투자에 힘을 실어줬다. 지난 2분기 157억원 적자를 기록했던 대한유화 영업이익은 올 3분기에 47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투자 공시 이후(9~11일) 대한유화 주가는 8.5% 반등했다.
코스모신소재는 기존 주력 제품 설비 증설을 위한 투자 결정을 내렸다. 지난달 26일 이 업체는 전기차에 사용되는 NCM(니켈·코발트·망간) 양극활물질 증설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유증으로 확보되는 883억원 중 양극활물질 증설에 우선 430억원을 사용하고 나머지 자금은 차입금을 상환해 금융비용을 대폭 줄일 목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는 양극활물질과 함께 이형필름 등 기능성 필름도 제조한다. 글로벌 수요 감소로 지난 2분기에 17억원 적자를 기록하며 흔들렸다. 현금성 자산이 36억원인 반면 1년 내 돌아오는 빚을 뜻하는 단기차입금은 611억원에 달한다. 지난 6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149.7%에 달한다. 일각에선 재무지표가 악화된 코스모신소재가 유상증자를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고 보고 있다.
유상증자는 주식 수가 늘어나 기존 일반 주주의 주식 가치가 하락한다
이에 따라 공시 이후 주가는 20.8% 떨어졌다. 지난 2일에는 장중 한때 9460원으로 최근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