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유럽중앙은행(ECB)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직후 마이너스 금리 국채는 34억달러에 불과했으나 2016년 6월 말에는 약 12조달러까지 규모가 커졌다. 지난해 경기가 안정되며 10월 초 마이너스 금리 국채 규모는 6조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그러나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규모는 세 배 가까이 커졌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며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섰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안전자산인 채권금리는 하락한다. 글로벌 성장세가 둔화되며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장지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마이너스 금리 국채는 채권 매입 시 이자를 받는 일반적인 채권과 달리 채권을 매입할 때 오히려 이자를 내야 한다"며 "경기 불황과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 수요도 커지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만기가 긴 채권에서도 마이너스 금리가 나타나는 추세다. 독일과 스위스의 30년 만기 국채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오스트리아의 10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가 채 안 되는 0.75% 수준이다.
문제는 마이너스 채권 금리가 늘어날수록 금융시장에 큰 혼돈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채권에 투자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수익이 생긴다는 기본적인 투자 법칙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가령 기존에 채권운용을 통해 연 4% 수익을 내고 고객에게 3% 수익을 돌려줬다면, 투자등급에서 마이너스 금리가 일반화된 환경에서는 이러한 운용이 어려워진다. 오히려 돈을 내고 채권을 사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국내 연기금과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미 우량등급 채권운용을 통해서는 약정된 수익률을 달성하기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서는 그만큼 리스크가 높은 상품에 투자해야 하는 셈이다. 한 공제회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과거 일본도 채권금리가 제로를 향해 가며 채권운용이라는 개념이 거의 없어지다시피 했다. 자산운용의 한 축이 사라지는 것"이라며 "자금을 운용하는 입장에서는 매우 힘든 환경"이라고 밝혔다.
이 CIO는 또 "현재 각국 채권금리를 봤을 때 회원들에게 약정한 요구수익률을 맞추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투자등급 채권은 담을 수가 없다"며 "현 상황이 유지되면 요구수익률도 결국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국내 연기금 관계자 역시 "마이너스 금리 환경에서 우량 채권 투자로는 목표 투자수익률을 맞추는 게 불가능하다"며 "적절한 리스크라는 판단하에 포트폴리오에서 금리 구조화채권이나 사모대출펀드 비중을 늘리는 추세"라고 밝혔다.
보험사는 특히 수익성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판매한 보험은 보험사의 재무제표에 부채로 잡히는데, 채권금리가 하락할수록 부채의 평가가치가 커지기 때문이다. 자산과 부채를 대응시켜야 하는 보험사 특성도 마이너스 금리에 취약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채권업계 관계자는 "채권이 주력 투자 상품인 보험사는
증권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더 이상 채권이 안전자산이 아니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