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와 서울시가 지난해 9월 약 300가구 규모 신혼희망타운 공급 계획을 밝혔던 개포동 재건마을. 거주민들과의 협상 난항으로 사업이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
8일 서울시와 정비업계에 따르면 시와 산하 공기업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개포동 재건마을 거주민 59가구 125명 간의 이주 및 임대주택 지원 등에 대한 협의가 수개월 진행됐지만 현재 난항에 봉착한 상태로 파악됐다.
서울시와 SH공사 측은 재건마을 거주민들에게 현재 용지에 임대주택을 지어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전달했지만, 거주민들은 임대주택이 아닌 별도 공동체주택 건립을 요구하고 있다.
거주민들이 요구하는 공동체주택은 현재 시 소유인 재건마을 토지 일부를 40년간 거의 무상으로 임차해 거주민들이 집을 짓고 살다가 40년이 지나면 서울시에 기부채납하는 구조다. SH공사 관계자는 "이런 경우 보통 임대아파트를 제공하거나 이주비 일부를 지원하는데, 기존 거주민들만 모여 살 수 있는 별도 주택을 지어 달라고 하다 보니 협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시는 이미 7년 전 재건마을 재개발을 한 차례 추진한 바 있다. 2011년 6월 재건마을에서 대규모 화재가 발생한 뒤 이듬해 4월 서울시는 이곳에 장기전세주택 234가구와 국민임대 82가구를 공영개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거주민들이 시의 임대주택 제안을 거부하고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서 얼마 못 가 사업 추진은 중단됐다.
6년이 지난 지난해 9월 서울시는 재건마을에 신혼희망타운 300가구와 임대주택 60가구 등 36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또다시 꺼냈다. 국토교통부가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발표한 '9·21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방안'에 해당 내용을 담은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주택 개발이 사실상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건마을 개발계획을 공급 방안에 무리하게 포함시킨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재건마을 거주민들이 임대주택 공급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는 한 사실상 개발이 어려운 곳"이라며 "주민 보상 문제 때문에 10년 넘게 사업 진행이 꿈쩍도 않는 구룡마을과 엇비슷한 상황임을 서울시가 알고도 공급 대책에 포함시키는 꼼수를 부린 셈"이라고 말했다.
작년 9월 주택 공급 확대 방안에서 서울시내 또 다른 주요 사업지로 꼽힌 송파구 옛 성동구치소 용지 개발은 지난달에야 서울시와 땅주인인 SH공사가 사전협상을 시작하면서 겨우 시동을 건 상태다. SH공사 관계자는 "사전협상을 통해 공공기여, 토지용도, 개발 방향, 건축계획 등을 결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향후 2~3개월간 사전협상을 거쳐 올해 말까지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옛 성동구치소 해당 용지에선 신혼희망타운 아파트 700가구, 민간분양 아파트 600가구 등 총 1300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신혼희망타운 아파트는 SH공사가 시행
다만 서울시와 SH공사는 주민 반발에도 불구하고 구치소 일부를 남겨 주민 필요시설로 리모델링해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고수하고 있어 이 문제가 앞으로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