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경기 악화에 따른 대내외 완화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리 바닥론을 논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관측도 나온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6.5bp(1bp=0.01%) 오른 연 1.233%에 장을 마감했다. 10년물은 연 1.344%로 6.8bp 상승했다.
5년물도 연 1.297%로 6.5bp 상승했다. 20년물과 30년물, 50년물은 각각 7.0bp, 6.9bp, 6.8bp 올랐다.
국고채 금리는 지난달 16일 연저점을 찍은 뒤 2주간 상승했다. 특히 5년물과 10년물 금리는 이 기간 17bp 이상 상승(국고채값 하락)하며 지난달 초 하락분을 절반 넘게 되돌렸다.
국고채 금리 하락세가 주춤한 배경으로는 수급 부담이 거론된다. 먼저 국고채 공급량 증가가 첫손에 꼽힌다. 국고채 공급량 증가는 국고채 시장가격 하락(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지난달 28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0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국고채 발행 규모는 올해 대비 29조원 증가한 130조6000억원이다. 매달 10조9000원어치 국고채가 시장에 신규 매물로 풀리는 셈인데, 이는 올해 월평균 국고채 발행 규모가 8조5000억원 내외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월 2조4000억원이 증가한 수치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시장 여건을 고려하면서 국고채 발행 물량을 조절하겠지만, 대규모로 증가한 국고채 발행 규모는 수급에 적지 않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더구나 경기 악화에 따른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고려하면 발행 규모가 추가로 증가할 가능성도 높다"고 바라봤다.
주택저당채권(MBS) 발행에 따른 수급 부담도 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MBS는 주택금융공사가 안심전환대출 재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지난달 21일 MBS 입찰 과정에서 입찰 물량 대비 절반이 넘는 6200억원어치 채권이 미매각되면서 국고채 금리가 장 막판 급등하는 등 변동성을 키웠다.
이날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7.9bp 급등했다. MBS 미매각분에 대해서는 은행이 물량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데, 이를 고려해 기관이 채권 신규 투자분을 줄여나갈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채권 투자를 늘리는 점도 금리 상승 요인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해외 채권 투자 규모는 올해 상반기에만 187억7000달러(약 22조7000억원)에 달하는 등 꾸준히 늘고 있다.
수급 부담으로 주춤하던 채권 금리 하락 랠리에 쐐기를 박은 것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동결 결정이다. 지난달 30일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1.5%로 동결했다. 10월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과거 대비 정책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들어 실효금리 아래로의 기준금리 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 같은 상승 재료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는 국고채 금리의 하락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미·중 무역분쟁, 유럽 경기지표 악화, 노딜 브렉시트 이슈 등 상반기 채권 랠리를 이끈 재료가 유효하다는 게 근거다.
[홍혜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