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금융감독원과 증권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와이솔 주가는 전날 대비 1.4% 하락한 1만44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와이솔은 전자산업 대부로 불리는 고 김정식 회장의 차남 김영재 사장이 이끄는 대덕그룹의 지배구조 말단에 있는 회사다. 전날 장 마감 후 532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공시한 것이 주가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와이솔은 시설자금 350억원과 운영자금 182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대덕전자에 400만주를 배정했다.
와이솔은 무선통신 모듈 전문업체로 코스닥 상장사다. 최근 5세대(G) 상용화로 고마진 제품 수요가 증가하며 꾸준한 실적을 내고 있다. 2016년 영업이익 430억원을 냈던 이 회사는 최근 2년(2017년·2018년) 연속 500억원대 이익을 냈다. 지난 6월 말 기준 부채비율이 48.4%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이번 유증 결정은 재무 개선보다는 오너 지배력 확대 차원으로 풀이된다. 작년 대덕전자와 대덕GDS의 합병, 김 회장의 지분 증여 등으로 이 그룹 지배구조는 '김 사장→대덕전자→와이솔'로 단순화됐다. 문제는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는 대덕전자의 와이솔에 대한 낮은 지분율이다. 현재 와이솔의 최대주주는 대덕전자이지만 그 지분율은 20.34%에 그친다. 게다가 김 사장은 이 회사 지분이 없는 상태다. 이번 유증 결정으로 대덕전자는 와이솔에 대한 현금 지원과 함께 안정적 지배력의 척도인 지분율 30%를 넘기게 된다. 유증 이후 대덕전자의 와이솔 지분율은 31.66%까지 높아진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덕전자가 와이솔 유증에 참여하면서 지배력 강화와 5G 사업 추진 과정에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와이솔 측도 투자금 확보를 통해 통신 부품 공급을 늘리면서 대덕전자의 인쇄회로기판(PCB) 공급도 증가해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와이솔 주가는 올 하반기(7월 1일~8월 30일)에 23.8%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주가 하락이 반영된 유증 결정으로 대덕전자가 상대적으로 싼값에 와이솔 주식을 대거 확보했다는 평가다.
서희그룹 상장 계열사 서희건설도 최근 공시를 통해 그룹 내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유성티엔에스 지분율(CB 감안)이 30%를 넘었다고 밝혔다. 과거 서희건설은 CB를 발행했는데 그 인수 주체 중 한 곳이 유성티엔에스였다. 향후 해당 CB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유성티엔에스 지분율이 현재 26.18%에서 30.02%로 높아진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지주사는 상장 자회사 지분을 최소 30% 이상 보유해야 한다. 유성티엔에스가 향후 정식 지주사로 전환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이유다.
서희그룹은 철강 물류 사업을 하는 유성티엔에스를 정점으로 계열사 26개가 포진돼 있다. 핵심 지배구조는 '포스코 출신 이봉관 회장→유성티엔에스→서희건설 등 다른 계열사'로 이어지지만 서희건설이 다시 유성티엔에스 지분(2.7%)을 보유한 순환출자 구조 고리도 갖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유성티엔에스의 서희건설에 대한 지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 향후 유성티엔에스가 지주사로 전환하고, 서희건설은 유성티엔에스 지분을 매각해 순환출자를 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성티엔에스와 서희건설은 그룹 내 핵심 회사지만 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세다. 올 하반기에만 두 회사 주가는 각각 17.4%, 14.8% 떨어졌다. 이 같은 주가 하락을 오너들은 지배력 확대 기회로 삼고 있다. 2017년 6월 말 유성티엔에스에 대한 이봉관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34.57%였으나 올 6월 말 현재 46.11%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서희건설에 대한 유성티엔에스 지분율도 크게 뛰었다. 오너는 지주사 역할을 하는 유성티엔에스 지배력을 키우고, 유성티엔에스는 서희건설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한 셈이다.
서희
업계 관계자는 "중견그룹이 자주 활용하는 CB나 유증을 통한 지배력 강화는 일반 주주 지분 가치를 희석시킨다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