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작년에 집을 사려다 정부 규제로 집값이 조금 떨어지자 주택 구입 시기를 미뤘는데 올여름부터 다시 집값이 '쭉쭉' 오르니 불안해 결국 집을 사지 않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최근 서울 아파트를 사들이는 30대 사회초년생이 급증하고 있다. 올해 초와 비교해 매매 거래가 한 달 평균 4배 가까이 늘었고,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지는 추세다. '서울 아파트 주요 수요층은 40대'라는 기존 통념이 점점 깨지고 있다.
집값이 상승세를 보이는 데다 정부가 민간택지까지 분양가상한제를 확대하기로 하자 공급 감소에 대한 불안감 등이 복합 작용하면서 자가 보유율이 낮고 청약가점이 낮은 사회초년생들의 기존 주택 구매를 촉진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서울 아파트가 공급 부족으로 급등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무주택 실수요층이 많은 30대가 영향을 받는 것으로 해석했다.
한국감정원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연령대별 주택·아파트 매매거래량 통계에 따르면 30대의 올해 7월 서울 아파트 매매건수는 2016건을 기록했다. 관련 통계가 처음 발표된 올 1월(479건)과 비교하면 4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특히 최근 상승세가 무섭다.
4월까지만 해도 매달 400~500건 정도였던 30대의 서울 아파트 거래는 5월 897건으로 갑자기 뛴 후 6월 1048건, 7월 2016건으로 급증하고 있다.
30대가 서울 아파트 시장에 '큰손'으로 떠오른다는 사실은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봐도 알 수 있다. 1월만 해도 서울 아파트를 가장 많이 사들이는 연령층은 40대(28.4%)였다. 30대는 25.4%로 2위였지만 격차가 조금 벌어졌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차이가 줄어들더니 7월은 40대가 29.0%, 30대가 28.8%로 거의 엇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장 분위기에 따라 전체 거래 건수는 움직일 수 있지만 각 연령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큰 변화가 없는 게 보통"이라며 "최근 30대의 매매 건수와 비중이 함께 늘어나는 현상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진단했다.
30대 연령층은 '강남 3구' 등 고가 지역부터 성북구·노원구 등 주택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을 가리지 않고 서울 아파트를 사들이고 있다. 각자 주머니 사정에 맞게 '내 집'을 마련하는 것으로 해석 가능한 부분이다. 일례로 강남구는 1월만 해도 14건의 매매 거래가 이뤄졌는데 7월엔 121건으로 늘어났다. 반면 성북구도 올 1월 28건에서 102건으로 급증했다.
특이한 부분은 20대 연령층도 서울 아파트 구매 대열에 끼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회에 진출하지 못했을 확률이 높은 20대는 그동안 서울 아파트 시장과는 거리가 먼 연령대로 분류됐다.
하지만 이들이 사들인 아파트가 올 1월 70채에서 7월 210채까지 3배 증가했다. 최근 서울 부동산 시장 활황에 이들이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는 점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젊은 세대'의 돌풍은 서울 아파트 청약시장도 휩쓸고 있다. 3월 청약을 받은 서울 광진구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 1차 당첨자 중 1980~1990년대 출생자 비율은 82.3%에 달했다. 최근 청약을 진행한 '브라이튼 여의도' 오피스텔 당첨자도 20·30대 비중이 46%(389명)였다.
전문가들은 최근 30대를 중심으로 아파트 매매가 활발한 이유를 불안감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 등 정부 규제 때문에 서울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자 이들이
현행 청약제도가 사회초년생들에게 불리한 것도 '한몫'하고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사회초년생과 이제 막 결혼한 신혼부부는 청약가점 20점 넘기기도 쉽지 않다"며 "청약통장으로 내집마련이 '하늘에 별 따기'인 만큼 늦기 전에 기존 주택 구매에 나려서는 움직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