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초 부임해 최근 취임 100일을 맞은 강호 보험개발원 원장은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보험산업 신뢰도 회복을 화두로 꺼냈다. 사람들은 왜 보험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을까. 강 원장은 중요한 원인으로 '불완전 판매'를 꼽았다. 보험상품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판매되는 일이 종종 생기다 보니 '내가 보험료를 내고도 정작 사고가 났을 때 보험금을 받기 어렵다'는 인식이 아직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불완전 판매 비중은 생명보험사가 2011년 1.24%에서 2017년 0.33%로, 손해보험사는 같은 기간 0.41%에서 0.14%로 줄었지만 여전히 보험 민원 중 60%가량을 차지한다.
강 원장은 "보험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 금융감독 당국이 가격이나 사업비 통제 등에 적극 개입하게 된다"며 "이에 따라 필요할 때 보험료를 올리지 못하고 신규 상품 가격도 낮게 책정되면서 회사 경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 걱정되는 것은 보험산업의 미래 성장동력 약화다. 사람들이 보험을 외면하는 결과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변액보험 불완전 판매를 겪었던 네덜란드는 2015년 생명보험 수입보험료가 2008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급감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보험산업 신뢰도 회복을 위해 그는 업계와 감독 당국, 유관기관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원장은 "업계가 많이 노력하고 있지만 지금보다 획기적인 노력이 있어야 불신의 시선이 많이 사라질 것"이라며 "보험감독 측면에서는 규제 간 균형을 요청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보험산업에는 2022년부터 새로운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는 등 커다란 변화가 예정돼 있다. 이로 인해 회사들이 치러야 할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반대급부로 가격과 상품 등에서 감독 당국이 전향적인 태도를 가져 달라는 요청이다. 즉 당근과 채찍을 통해 보험사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동기를 마련해주라는 의미다.
강 원장은 신뢰도 회복을 위한 보험개발원 역할도 명확히 했다. 1983년 설립된 보험개발원은 보험료율 산출, 보험 정보와 통계 관리·이용, 보험에 관한 조사·연구 등 보험과 관련된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그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보험료율 확인 시스템(KAIRS)을 현재 개발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상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보험사 오류를 최대한 줄여 보험상품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보험개발원은 자동차보험 사고 시 AI가 사진을 분석해 차량 수리비 견적을 내는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이 밖에 차량 번호만으로 차량 세부 사양 정보와 첨단안전장치 장착 여부 등 보험 가입에 필요한 정보를 자동으로 조회할 수 있는 차량정보 통합 조회 시스템, 군 운전 경력 정보 조회 시스템 등도 구축해 정확한 계약 체결로 소비자 민원을 줄인다는 각오다.
강 원장은 업계·학계 등 보험산업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한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으로 통한다. 국내 보험산업은 1990년대부터 저축 위주에서 보장 중심으로 바뀌며 현재와 같은 체계를 갖추기 시작했는데, 강 원장 역시 1991년 미국 조지아대에서 보험학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고 고국으로 돌아와 산업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원장 취임 후 40명 넘는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를 모두 만나 업계 발전을 고민했다는 그는 "산업 종사자 모두가 공동 책임으로 대국민 보험 신뢰도 제고에 앞장서서 사회안전망으로서 보험 본연의 기능이 더욱 빛을 볼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He is…
△1958년생 △서울 용산고, 서울
[이승훈 기자 / 김강래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