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건전성을 강화하고 주주가치를 제고하려는 회사 측 의지에 시장이 환영했지만 유통업 경쟁 심화로 이마트 실적이 하락 추세여서 이 같은 처방이 얼마나 지속될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나온다.
이날 이마트는 임시이사회를 열어 자사주 90만주(발행주식 총수의 3.23%)를 매입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12일 종가 기준 약 950억원 규모다. 8월 14일부터 11월 13일까지 장내 매수를 통해 취득한다. 이마트의 자사주 취득은 2011년 6월 10일 신세계에서 분할 상장된 이후 처음이다.
이마트 주가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급락하는 등 실제 회사가치보다 과도하게 하락해 주가 안정화가 시급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마트 주가는 지난 9일 올 2분기 299억원 규모 영업손실을 냈다고 공시한 이후 12일 10만5500원까지 떨어지며 사상 최저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자사주 매입과 자산 유동화 공시가 나온 13일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6.6% 오르며 반등에 성공했다.
앞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대주주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지난 3월 27일부터 4월 4일까지 장내 매수를 통해 이마트 주식 14만주(약 241억원 규모)를 매입한 바 있다.
이마트는 자사주 매입과 함께 점포 건물을 매각한 후 재임차해 운영하는 '세일 앤드 리스백' 방식 자산 유동화도 추진한다. 이날 오후 KB증권과 10개 내외 자가 점포를 대상으로 '자산 유동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지난 3월 말 기준 이마트는 전체 매장 142개 중 121개(85%), 트레이더스 점포 16개 중 14개(87.5%)를 직접 소유 중이며 나머지는 임차하고 있다.
이마트는 주관사인 KB증권과 협의해 자산 유동화 대상 점포를 선정한 후 투자자 모집 등 연내 모든 과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예상 매각 규모는 약 1조원 수준이다. 이마트는 자산 유동화를 통해 확보한 현금을 재무건전성 강화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업계 예상과 달리 리츠(부동산신탁회사)는 진행하는 데 기간이 더 많이 소요되는 만큼 당장 현금 창출이 용이한 세일 앤드 리스백 방식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
증권가에서는 실적이 악화된 이마트가 보유 자산 유동화에 나선 것은 예상된 수순이라는 반응이다. 롯데쇼핑 홈플러스 등이 올 들어 이 같은 방식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은 지난 5월 롯데백화점 강남점을 롯데리츠에 넘기고 자금 4200억원을 확보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롯데리츠에 아울렛·백화점·마트 9곳을 처분하고 자금 1조629억원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리츠는 현재 건물주가 세입자가 되고 투자자가 건물주가 돼 임대료를 받는 대표적 자산 유동화 방법이다.
이마트 재무구조가 악화된 것도 이 같은 결정을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3월 말 기준 이마트의 단기 차입금은 2조1233억원으로 현금성 자산(5849억원)보다 3배 이상 많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소비를 선호하는 현상에다 대규모 정규직 전환 등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면서 이마트 수익성이 떨어졌고 대형 점포를 많이 보유한 탓에 재무구조도 악화된 것이다.
작년 3월 말 81.7%였던 부채비율 역시 올 3월 말 109.2%로 높아졌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마트가 은행 차입보다 자산 유동화를 택하면서 국내 신용등급과 조달금리의 안정적 수준을 유지할 수 있어 긍정적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실적이 악화되고 있어 이 같은 처방이 일시적 효과에 그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한나 기자 /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