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해외 부동산 펀드 설정액은 3조688억원을 나타냈다. 최근 한 달 사이 2878억원이 순유입되며 처음으로 3조원을 돌파했다. 연간 기준 순유입액도 2017년 6158억원, 2018년 3930억원, 2019년 8월 현재 8966억원으로 지금 속도라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증시 부진과 저금리 기조가 해외 부동산의 인기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 부동산 펀드는 연 수익률 기준으로 평균 6~8%의 수익을 꾸준히 올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투자처"라고 말했다. 실제로 41개 해외 부동산 펀드 평균 수익률은 연초 이후 6.78%로 집계됐다. 3년과 5년 수익률도 각각 19.44%, 26.88%로 안정적이다.
최근에는 동유럽에 투자하는 펀드가 유행이다. 부동산 펀드를 운용하는 한 펀드매니저는 "과거에는 서유럽 대도시 위주로 자산을 매입했는데 최근에는 동유럽으로 범위를 넓혀서 투자하고 있다"며 "미국, 서유럽 등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몰려 기대수익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동유럽 신흥국 중에는 부동산이 아직 저평가된 국가들이 있다"며 "유로존에 속해 있으면서 견조하게 성장하는 폴란드 등이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투자자산도 기존 오피스, 리테일, 호텔에서 물류창고까지 다변화하고 있다. 지난달 초 출시된 이지스글로벌공모부동산펀드 281호가 대표적 사례다. 유럽 주요국 아마존 물류센터에 투자하는 이 펀드는 출시 1주일 만에 목표금액 2300억원을 채우고 완판됐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가 성장하면서 독일 등 주요국 주변의 물류 부동산이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일본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는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주춤한 상태다. 일본 리츠로 올해 꾸준히 들어오던 자금이 최근 일주일 새 마이너스(순유출액 7억원)로 돌아섰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일본 부동산은 안전자산으로 여겨지지만 최근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한국에서의 투자가 잠정적으로 멈춘 것 같다"고 말했다.
펀드별로는 한국투자KINDEX다우존스미국리츠부동산ETF가 연초 이후 수익률이 21.11%로 가장 높다. 2위와 3위는 미래에셋글로벌리츠부동산펀드(수익률 19.58%)와 미래에셋TIGERMSCIUS리츠부동산펀드(18.1%)였다. 가장 낮은 곳은 연초 이후 -58.75%를 기록한 칸서스사할린부동산1호였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부동산 경기가 정점을 찍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모펀드를 중심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상품이 등장하고 있어서다. 국내 부동산 투자자들이 신흥국으로 눈을 돌리는 것도 부동산이 고평가 국면에 진입했다는 근거로 거론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이 고점이라는 것은 펀드 기초자산이 이미 많이 올라 기대수익률이 떨어진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외신을 중심으로 부동산 버블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MSCI미국리츠지수(MSCI U.S REIT INDEX)는 2009년 금융위기 이후 4배 이상 상승했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미국 상업용 부동산의 연평균 수익률도 2001년 10% 수준에서 현재 6%대로 떨어졌다. 포브스는 "낮은 기대수익률은 통상적으로 부동산이 과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반면 미국과 유럽의 경기가 계속 성장하면서 부동산 호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과열 이슈는 분산 투자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사모펀드가 아닌 부동산 공모펀드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1개 펀드를 제외하고 모두 플러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너스인 펀드는 칸서스사할린부동산1호(-58.75%)인데, 운용사가 칸서스자산운용으로 소형 업체고 투자처도 주요 도시가 아닌 러시아 극동 사할린이다.
한편 기관의 영역이었던 해외 부동산 투자(재간접 제외)가 개인들에게 열린 것은
[박의명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