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실적 성적표를 받아 든 지방 금융지주들 표정이다. 역대 최대 순익을 올린 곳이 있는 반면, 주력 계열사인 은행의 부진 때문에 마이너스 성장을 한 회사도 나왔다. 단 주요 거점인 연고 지역에서는 모든 지방 은행이 인지도가 떨어지고 있어 성장을 위해서는 거점 강화에 다시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분석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JB금융지주는 2013년 지주사 출범 이후 반기 실적으로는 가장 많은 204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47.5%나 늘어난 것이다. 반면 BNK금융지주는 같은 기간 작년보다 실적이 저조했다.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351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576억원보다 1.8% 줄었다.
DGB금융지주는 올 상반기 순이익이 201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늘었다. 2011년 지주 출범 이후 상반기 기준으로 최대 실적이다. 다만 여기에는 지난해 말 인수한 하이투자증권에서 306억원 순익이 반영된 것으로, 인수 효과를 제외하면 마이너스 성장을 할 뻔했다.
지방 지주들 실적이 갈린 것은 주력 계열사인 지방 은행들 순익이 이 기간에 반대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JB금융 산하 전북은행은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상반기 562억원에서 올 상반기 707억원, 광주은행은 907억원에서 919억원으로 각각 25.7%, 1.3% 뛰었다. BNK금융의 부산은행은 올 상반기 2227억원을 올렸는데,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0.3% 줄어든 것이다.
JB금융 호실적은 지난 3월 취임한 김기홍 회장의 비용 절감과 체질 개선 노력의 영향도 컸다. '조직 슬림화'를 취임 일성으로 내세운 김 회장은 지주 조직을 기존 14개 부서에서 10개로 축소하고 지주사 인원도 30% 줄였다. 이에 따른 판관비 절약 효과가 실적에 반영됐다는 게 JB금융 측 설명이다.
정부 규제로 인한 부동산 시장 침체로 줄어든 중도금대출을 기업대출과 중금리신용대출 등 전략 상품으로 대체하는 전략도 주효했다. 이 덕분에 주요 시중은행과 다른 지방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줄줄이 하락했지만, 광주·전북은행은 2분기 2.49%(은행 합산)로 1분기보다 7bp 개선됐다.
다른 지방 지주가 저금리 기조에 따른 시중금리 하락과 지방 경기 침체라는 악재를 넘어서지 못한 것과 비교된다. BNK금융은 올 상반기 핵심 수익인 이자이익이 작년보다 586억원(5%)이나 감소했다.
DGB금융은 그룹 전체 실적 중 90%가량을 차지하는 DGB대구은행 영업이익이 올 상반기 2318억원, 당기순이익은 1782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1.6%, 10.1% 줄었다. 은행 총 대출은 37조7000억원으로 6.5% 늘었지만,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마진 감소로 수익성이 나빠졌다는 게 DGB금융 측 설명이다. 그나마 비은행 계열사가 좋은 실적을 거둬 은행 손해를 메운 셈이다.
다만 지방은행들이 주요 거점인 연고지역에서 인지도가 떨어지고 있는 점은 향후 실적에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마케팅 조사 전문기관 나이스디앤알이 지난해 7~8월 실시해 최근 발표한 금융시장 기획조사 '지방 은행의 고객 관련 지표 분석'에 따르면, 각 연고 지역에서 지방 은행 인지도는 5년 전인 2013년과
은행별로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대구은행 인지도가 5년 전 대비 13.4%포인트 떨어져 가장 하락 폭이 컸다. 이어 지방 은행 각 연고 지역에서 하락 폭은 부산은행이 10.5%포인트, 경남은행 8.8%포인트, 광주은행 4%포인트로 나타났다.
[김태성 기자 /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