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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신라젠은 14만명이 넘는 개인투자자를 가진 바이오 대표 종목인 만큼 펙사벡의 임상 실패는 최근 악재가 커진 바이오업계와 주식시장에 큰 후폭풍을 몰고 올 전망이다.
신라젠은 2일 공시를 통해 "(미국 내)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와 펙사벡 간암 대상 임상 3상 시험(PHOCUS)의 무용성 평가 관련 미팅을 진행했으며, 진행 결과 DMC는 당사에 임상시험 중단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무용성 평가는 임상 과정에서 신약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거나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는지를 미리 검증해 불필요한 임상을 막기 위한 절차다. 신라젠은 이번 결과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보고할 방침이다.
그동안 신라젠은 진행성 말기 간암 환자 600명을 대상으로 펙사벡 투여 후 기존 간암 치료제 '넥사바'를 병용 투여한 300명과 넥사바만을 단독 투여한 300명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임상을 진행했다. 신라젠 측은 펙사벡이 종양세포를 파괴하는 동시에 주변 면역세포 활성도를 높여 넥사바 치료 효과를 압도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무용성 평가에서 현행 넥사바 단독 투여와 비교 시 펙사벡을 신약으로 출시할 만한 개선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펙사벡의 임상 중단 가능성이 커졌지만 인보사 사태를 일으킨 코오롱티슈진과는 달리 신라젠이 상장을 유지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코오롱티슈진의 경우 2017년 3월 상장심사 당시에 제출한 예비심사청구 서류와 증권신고서 내 허위·과오 기재 여부를 심사하는 상황인 반면 신라젠은 상장 당시에 허위·과오 기재된 사항이 지금까지 없다"고 설명했다.
신라젠 주가가 폭락하며 주식 투자자뿐만 아니라 전환사채(CB) 투자자들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신라젠은 지난 3월 1100억원 규모 사모 CB를 발행했다. 2024년 3월이 만기일로 투자자들은 2020년 3월부터 보통주 전환이 가능하다. 발행 당시 설정한 전환가액은 7만111원이었지만 두 차례 리픽싱을 거쳐 지난달 22일 4만9078원까지 전환가가 내려왔다. 주가 수준을 다시 회복하지 못한다면 CB 투자자들은 주식 전환에 따른 수익을 포기해야 한다. 이날 하한가에도 체결되지 않은 매도 물량이 쌓여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펙사벡 임상 중단 권고 여파가 주가에 추가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크다. 당시 신라젠 CB는 키움증권(1000억원)과 키움자산운용(20억원), 수성자산운용(30억원) 등이 매입했다.
신라젠은 곧 기자간담회를 열고 무용성 평가 결과를 토대로 회사 사정과 계획 등을 설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DMC 의견이 권고일 뿐이고 신라젠 측 의지에 따라 개발을 속개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신라젠이 임상을 강행하려고 해도 임상의들이 효과가 없는 약을 환자들에게 투여하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임상이 이뤄질 수 없어 사실상 실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펙사벡이 상업적 가치를 확인하지 못하며 임상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신라젠 주가는 주식시장 개장과 동시에 하한가로 직행했다. 전날 코스닥시장 3위의 시가총액(3조1654억원)은 이날 하루 만에 1조원가량 빠지며 6위(2조2186억원)로 내려앉았다. 신라젠 악재로 인해 다른 바이오주 투자심리도 급속히 얼어붙었다. 에이비엘바이오(-8.77%), 헬릭스미스(-5.77%), 제넥신(-5.92%), 메디톡스(-5.95%) 등 시총 상위 바이오 종목들이 크게 내려앉았다.
바이오 개별 종목의 잇단 악재는 제약·바이오 업종과 코스닥시장 전체를 흔들고 있다. 지난 1일 기준 코스닥 제약 업종의 시가총액은 21조 8933억원으로 코스닥 전체 시총의 12.19%를 차지한다. 지난해 말 32조 9921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코스닥 제약 업종의 시총은 7개월 만에 10조원가량 증발했다. 코스닥지수 역시 지난 2일 1.05% 하락한 615.70을 기록하며 올 들어 8.9% 하락했다.
반면 펙사벡 기전을 간암이 아닌 신장암, 대장암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임상 1상은 적응증이 달라 임상을 계속할 수 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공시를 보면 임상 중단 권고라는 결과만 있을 뿐 근거가 되는 데이터 내용이 전혀 없다"며 "데이터가 어떻게 나왔는지에 따라 추가 임상 여부나 회사 대응 수위 등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하반기 이
[김병호 기자 /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