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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매일경제신문과 유진투자증권은 4대 업종에서 한일 대표 기업의 최근 2년간(2017년 1분기 대비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을 비교 분석했다. 분석 대상 기업은 현대차와 도요타(자동차), 포스코와 일본제철(철강), LG생활건강과 시세이도(화장품), LG화학과 파나소닉의 배터리사업 부문 등 8개사다.
2017년 1분기 한국의 4대 기업 영업이익 합계는 2조8660억원이었지만 올 1분기에 2조2020억원으로 2년 새 23.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일본 기업들은 5조7810억원에서 7조1260억원으로 23.3% 증가했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년 새 국내 기업들이 미·중 무역전쟁으로 주춤하는 동안 일본은 내수 및 수출 경쟁력이 살아나면서 실적이 늘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자동차·철강·배터리 사업은 서로 연관성이 높은데 일본 경기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동반 시너지 효과가 나타났고, 수출 면에서도 미국과 중국에서 점유율을 높이며 한국과 다소 대조되는 모습을 보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2년 새 한국과 일본 간판 기업의 희비가 엇갈린 대표적인 업종은 배터리 분야다. 2017년 1분기 1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LG화학 배터리 부문은 지난 1분기 1480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면서 적자 규모가 2년 새 15배 늘었다. LG화학 관계자는 "지난 1분기에 에너지저장장치(ESS) 부문 손실이 대거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반면 파나소닉 배터리 사업은 2017년 1분기에 손익분기점을 기록한 이후 지난 1분기 660억원의 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양국의 희비가 엇갈렸다는 평가다. 중국은 2017년 1월부터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배제해왔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별도 의뢰해 주요 업체 점유율을 확인해보니 지난 1분기 기준 LG화학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0.07%에 불과했다. 글로벌 시장점유율 2위 업체로 LG화학과 경쟁하고 있는 일본 파나소닉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6.34%로 점유율 차이가 90배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1위 업체 중국 CATL이 도요타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는 등 전기차 배터리를 두고 중국과 일본의 밀월 관계가 부쩍 강화되고 있다는 점도 한국 업체에 추가 악재"라고 말했다.
2년 새 현대차 영업이익은 34.1% 감소한 8250억원(지난 1분기 기준)에 그쳤다. 같은 기간 도요타의 영업이익은 20.7% 증가했다. 수익성을 뜻하는 영업이익률 기준으로도 양사의 희비는 엇갈렸다. 현대차 영업이익률은 5.35%에서 3.44%로 낮아진 반면 도요타는 5.9%에서 6.83%로 뛰었다.
올 1분기 기준으로 현대차의 수익성은 도요타의 반 토막 수준이다. 현대차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017년 1분기 3.2%에서 올 1분기 3.1%로 하락했다. 도요타가 같은 기간 4.7%에서 6.3%로 점유율을 한껏 끌어올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두 기업의 이익률 변화 차이는 결국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차에 밀린 결과"라며 "특히 중국에서는 사드 배치로 한중 관계가 냉각되면서 현대차 고객과 딜러들의 이탈이 생겨났고, 일본은 신규 투자 확대와 하이브리드 기술 개방을 통해 중국 내 입지를 점차 넓혀 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정부의 내수 경기 진작 정책으로 건설·자동차 수요가 늘고 이에 따라 철강 수요 역시 살아나면서 일본제철은 포스코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1분기까지만 해도 포스코 매출(15조77억원)은 일본제철(14조2200억원)을 앞섰다. 그러나 올 1분기 포스코 매출이 16조원으로 제자리걸음할 동안 일본제철은 18조원으로 급증해 2조원 차이로 역전당했다. 2년 새 포스코의 영업이익은 11.9% 줄어든 반면 일본제철은 16.6%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한일 양국의 내수 시장 규모와 변화가 철강 대표 기업의 이익 방향을 갈랐다고 진단했다. 최근 2년 새 중국산 철강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한국으로도 유입되며 포스코의 수익성 역시 저하됐다. 반면 일본은 수입 규제로 중국산 유입을 통제하고, 견조한 내수 시장이 철강 수요를 받쳐주며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는 평가다.
화장품의 경우 국내 간판 기업인 LG생활건강이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으나 성장세에서는 일본 시세이도가 더 우월하다. 시장 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2016년 말 대비 2018년 말 중국 점유율을 0.1%포인트(1.2%→1.3%) 높였지만 경쟁 업체 시세이도는 같은 기간 점유율이 0.5%포인트(2.9%→3.4%) 상승했다. 세계 최대 화장품 시장인 중국에서 점유율을 크게 높인 시세이도는 2년 새 영업이익이 62.6%나 증가하며 올 1분기 426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LG생활건강의 영업이익은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하락세로 돌아선 기업 경쟁력을 높이려면 강력한 친기업 정책 패키지를 만들어야 한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모두 경제의 주역으로 인식하고 규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등 정부의 정책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일호 기자 / 유준호 기자 / 정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