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민간기업 최초로 회사채 '30년물 발행' 흥행에 성공했다. 30년물 채권 발행에 성공하면 이 회사가 국가가 발행하는 국채나 공기업 수준의 안정성을 인정받는다는 의미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총액 25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만기 구조는 3년물 1000억원, 5년물 500억원, 10년물 500억원, 20년물 300억원 등이다. 30년물은 200억원을 모집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수요예측 결과 200억원 규모 30년물에는 주문 600억원가량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발행 규모 대비 세 배에 가까운 주문이 쏟아지면서 민간 분야 첫 도전임에도 흥행에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이날 전체 주문 규모는 약 1조4400억원으로 집계됐다. 3년물과 5년물에는 각각 5600억원, 3500억원 규모 '사자 주문'이 들어왔다. 10년물과 20년물에는 각각 3600억원, 1100억원 규모 주문이 몰렸다.
IB업계에 따르면 모든 구간의 금리는 최초 제시 금리보다 낮게 책정될 전망이다. 30년물은 금리가 1.6%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저금리 기조와 함께 SK텔레콤의 탄탄한 재무 안정성 덕분에 저금리 발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IB업계 관계자는 "(30년물은) 첫 발행인 만큼 발행 규모가 큰 편이 아니다"며 "SK텔레콤 실적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시장 반응을 파악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발행 주간은 미래에셋대우와 SK증권이 맡았다. 발행 결과에 따라 대표주간사단도 포트폴리오 다각화 측면에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SK텔레콤은 이번 회사채로 조달된 자금 전액을 차환 용도로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20년물 공모채를 발행하는 민간기업조차 드문 상황에서 SK텔레콤이 30년물 발행 추진에 성공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SK텔레콤이 민간기업이기는 하지만 이동통신 업계에서 확보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공기업 수준의 안정성을 인정받고 있는 만큼 이번 '초장기물' 발행이 관련 투자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IB업계에서는 30년물 발행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AAA급 신용등급을 보유한 안정적 기업으로 투자 심리가 쏠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SK텔레콤처럼 신용등급이 AAA인 회사가 많지 않아 채권 상품 스펙트럼 다변화의 신호탄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30년물 금리가 굉장히 낮기 때문에 채권시장의 상품이 다양해질 가능성이 높다"며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BBB와 같은 낮은 신용등급의 상품부터 30년물과 같은 안정적인 장기 상품까지 다양해져 고객 입장에서는 투자 상품이 굉장히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BBB+' 'A-' 등급이 고전하는 것은 금리가 과거보다 낮아지면서 '이런 등급을 낮은 금리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확산됐기 때문"이라며 "이제부터는 이쪽 분야 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SK텔레콤은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NICE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AAA 신용등급을 부여받고 있다. 신용등급 역시 '안정적'을 장기간 유지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SK텔레콤이 무선통신사업 규모 측면에서 경쟁사보다 우위에 있다"며 "상품이나 서비스 차별화가 크지 않은 통신산업 특성을 고려하면 현재 경쟁 구도가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SK텔레콤은 무선통신 시장에서 45%가량의 점유율로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오랜 기간 인수·합병(M&A)을 통해 회사 규모를 키웠음에도 재무건전성이 뛰어나다는 점 역시 SK텔레콤의 강점이다. SK텔레콤은 2012년 SK하이닉스 인수를 시작으로 2015년 SK브로드밴드, 지난해 ADT캡스 지
IB업계 관계자는 "초우량기업의 장기물 발행 성공 사례가 나온 만큼 이번 결과가 다른 기업들의 자금 조달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석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