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금융업계의 치열한 전장(戰場) 가운데 한 곳이 퇴직연금 시장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적립금 규모가 190조원인 데다 시장 또한 매년 20조원씩 꾸준히 커지고 있다. '골리앗' 같은 대형 금융사가 지배하는 시장에 최근 '다윗'과 같은 IBK연금보험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 5월 가장 먼저 수수료를 인하하며 전 금융권에 수수료 인하 바람을 불어일으킨 것이다. IBK연금보험의 선제적 혁신을 이끌고 있는 사람이 장주성 사장이다.
장 사장은 "지난해 업계 전체 퇴직연금 수익률이 1%에 불과해 가입자들이 충격을 받았지만 IBK연금보험은 2%대 중반으로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며 "적립금 규모는 작지만 매운 고추의 맛을 단단히 보여줬다"고 자부했다.
2010년 9월에 설립된 IBK연금보험은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연금보험 전문사다. 설립 이후 매년 최대 실적을 경신해 왔다.
장 사장은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보다 60억원 많은 350억원 안팎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며 "상반기에 계획했던 목표를 초과 달성한 데다 연간 실적 경신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IBK연금보험은 설립 첫해에만 32억원 손실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는 매년 이익을 내고 있다. 지난해에도 영업수익 1조4580억원에 당기순이익 574억원을 기록해 최대 실적을 올렸다. 지난 5월 말 기준 자본이익률(ROE)도 업계 평균 대비 두 배를 넘는 18%로 최상위 수준이다.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전략으로 장 사장은 '고객 신뢰'를 강조했다. '수수료는 비싼데 수익률은 형편없다'는 기존 인식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장 사장이 수수료를 선제적으로 인하하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자산 운용 역량을 결집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는 "국내 퇴직연금은 양적으로 급격히 성장했지만 수익률과 수수료 등 고객서비스 측면의 질적 성장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며 "최근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수익률 개선을 위해 전문 조직을 신설하고 수수료 인하에 나선 것은 고객 신뢰를 되찾기 위한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앞으로 퇴직연금 시장은 어떻게 변화할까. 그는 정부와 국회에서 활발히 논의하고 있는 기금형 퇴직연금제도와 디폴트 옵션을 시장을 흔들 '게임 체인저'로 평가했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국민연금과 같이 외부 기금을 설립해 퇴직연금을 종합적으로 관리해주는 제도다. 지난해 4월 정부 입법으로 법안이 발의돼 현재 입법 계류 상태다. 국내 퇴직연금 수익률이 1%대인 반면 기금형 퇴직연금을 도입한 미국 호주 등 영미권 국가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평균 6%를 넘는다.
퇴직연금 가입자의 운용 지시 없이 금융사가 사전에 결정된 운용 방법으로 투자하는 디폴트 옵션이 도입되면 수익률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 사장은 "세제 혜택 축소 이후 개인연금보험 가입자가 계속 줄고 있다"며 "치매와 간병 등 노후 건강 위험에 대한 업무 영역 확대를 당국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퇴직연금 측면에서는 총 적립금 가운데 중소기업에 대한 적립금 비율을 50%로 맞춰야 해 성장이 어렵다"며 "중기 비율 규제에 대한 완화나 폐지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장 사장은 "신뢰와 책임감을 바탕으로 기존 관습을 타파하고 현재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활 신념"이라며 "보험업에도 혁신적인 상품과 채널, 시스템을 꾸준히 개발해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싶다"고
▶▶He is…
△1959년생 △1977년 금성고 졸업 △1982년 경상대 경영학과 졸업 △1982년 기업은행 입행 △2005년 기업은행 동수원드림 기업지점 지점장 △2013년 기업은행 경수지역본부 본부장 △2014년 기업은행 부행장 △2017년 12월~현재 IBK연금보험 대표이사 사장
[이승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