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의 기업구조조정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가 닻을 올렸다.
17일 매일경제가 입수한 산업은행 'KDB인베스트먼트 설립 사업계획서'를 보면 KDB인베스트먼트는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주주'로서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기존 채권 금융기관 중심의 '사후적 구조조정'에서 대기업·산업구조 재편을 아우르는 자본시장 중심의 '사전적 구조조정'을 선도하겠다는 것이다.
사업계획서에는 주식인수 등 투자 기업에 대해서는 경영진 선임 시에도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는 등 경영 참여 활동에 적극 나서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산업은행표 스튜어드십코드를 이행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통해 출자 회사를 시장에서 매력 있는 매물로 '밸류업(Value-up)'해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사진)는 기자간담회에서 "물론 산업은행의 모든 자산을 다 넘겨받는 것은 아니다"며 "산업은행이 소화할 수 있는 기업은 산업은행이 직접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일종의 투트랙 전략이다. 잦은 순환보직이나 경직된 조직구조 등 공공기관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몸집이 가벼운 구조조정 자회사를 두고 유연함과 역동성을 보강하겠다는 취지다.
이 대표는 "국책은행 중심의 구조조정을 시장·민간이 주도하는 구조조정으로 가는 데 있어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산업은행이 KDB인베스트먼트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 대표는 "산업은행 지분 매각을 통한 민영화까지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KDB인베스트먼트의 첫 과제는 대우건설 구조조정이다. 대우건설은 1호 자산으로 이달 산업은행에서 KDB인베스트먼트로 이관됐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최고재무책임자(CFO) 1명과 실무급 전문 인력 2명을 대우건설에 관리인으로 파견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대우건설 매각 시점은 현재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기업 경쟁력이 높아지고 잠재 매수자들이 원하는 형태로 기업을 만들어가면 자연스럽게 매수 희망자가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은행은 지난 1월부터 KDB인베스트먼트 설립에 착수하고 4월 법인 설립을 완료했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올해 하반기 2호 자산을 편입할 계획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KDB인베스트먼트 설립에 대해 의문점을 제기하고 있다. 산업은행법 18조에 명시된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업무를 자회사에 넘기는 것에 대해 실효성과 타당성을 비판적으로 보는 것이다. 유암코(UAMCO) 등 기타 구조조정 기구와 중복되는 것도 논쟁 대상이다. 다만 이 대표는 "유암코는 중소기업 위주로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DB인베스트먼트가 대우건설을 시장 평균 주가보다 30%를 더 많이 지급하고 사들였다는 점은 향후 기업 가치 제고와 매각 과정에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대 사장을 맡은 이 대표는 산업은행 수석부행장 출신이다. 부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KDB인베스트먼트는 현재 6명의 투자운용실을 2개 팀으로 확대하고 최대 16명으로 개편할 방침이다.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