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튜어드십' 도입100개社 넘었다 ◆
회사 측은 답변을 위해 서둘러 이사회를 열고 주주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사외이사들이 주주서한을 보낸 기관투자가가 중장기 사업 강화와 성장보다 단기 재무구조 개선과 주주이익에만 집착한다며 반대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활용한 기관투자가들의 주주활동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를 앞세운 국민연금이 오너 일가에 대한 사내이사 연임 저지에 성공하는 등 실력 행사를 하며 주총장 풍경을 바꾼 데 이어 상장사를 대상으로 한 압력이 연중 상시화하는 모양새다.
특히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 직접적인 주주환원 정책에만 집중됐던 기관투자가들의 요구는 자회사 정리, 유휴자산 매각, 상장폐지 요청 등 기업의 민감한 의사결정까지 확대되고 있다. 상장사로서는 기관투자가들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보유 지분대로라면 최대주주의 의사가 반영될 여지가 크지만 기관투자가와 주고받은 주주서한의 내용이 상시 공개되며 압박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27일 매일경제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각 기관투자가들의 주주활동 내역을 취합한 결과 올해 1분기 동안 23개 상장사가 대상이 됐다. 이는 각 기관투자가들이 활동 내역을 공시한 것을 집계한 것으로 주주총회 현장에서 의결권 행사 등 소극적 형태의 주주활동은 포함하지 않았다. 자산운용사 등 각 기관투자가들이 주주활동을 하더라도 공개하지 않은 사례가 있는 것을 감안하면 대상 상장사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국민연금과 함께 KB자산운용은 가장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펼쳐온 곳으로 꼽힌다. KB자산운용은 올해에만 4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주주서한을 보내 5건의 답변서를 받았다.
KB자산운용은 광주신세계에 대해서는 자진 상장폐지 요구를, KMH에 대해서는 지배구조 개선을, 인선이엔티에 대해서는 신규 투자에 대한 청사진을 요청하는 주주서한을 보냈다. 에스엠에 대해서는 이수만 에스엠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과의 합병 등을 주문했다.
상장사에 대한 지분율이 낮은 중소형 자산운용사도 주요 상장사에 대한 주주활동 내역을 공개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하이자산운용은 지난해 57건에 이어 올해 1분기 8건의 주주활동 내역을 공시했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GS, 금호석유, 한솔케미칼 등에 대해서는 배당을 확대하라고 요구했고, 한진과 대한항공에 대해서는 지배구조 관련 회사 정책 점검을 주문했다.
유리자산운용은 유비쿼스와 NHN등에 배당 확대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세방과 영원무역홀딩스, 넥센 등에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했다.
기관투자가들의 스튜어드십 코드 활용이 본격화되면서 상장사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의 요구가 연중 상시로 진행되는 데다, 상장사의 대응 내용이 즉각 공개되는 경우도 많아 피로도가 크다는 입장이다. 한 상장사 고위 관계자는 "기관투자가들의 기업을 향한 요구가 장단점이 있을 수 있는데, 경영 개입 활동이 모두 긍정적으로 비치는 것은 문제"라며 "주주서한 등이 공개되면 여론재판으로 흘러가 주주활동 수준에 그치지 않고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관투자가들의 요구가 단기적인 시각에 매몰돼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기관투자가들의 요구사항을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