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그룹은 코웨이 인수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1조6000억원 규모 인수금융을 일으켰다. 웅진그룹이 코웨이 인수를 위해 계획한 2조원 중에서 80%를 차입으로 결정한 것이다.
당초 웅진은 해당 인수금융 가운데 5000억원은 전환사채(CB) 등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어 자본에 가까운 형태로 조달한다는 복안을 세웠다. CB는 추후 주식으로 전환 가능한 대신 채권에 대한 이자 지급 부담을 낮춘 자금 조달 수단이다. 하지만 해당 CB에 대한 담보가 전혀 없다는 문제와 함께 웅진그룹이 향후 이자 지급 능력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서 CB 투자자 모집에 난항을 겪었다.
아울러 그룹 계열사인 태양광 기업 웅진에너지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게 되면서 자본시장에서 요구하는 웅진그룹에 대한 이자 비용이 상승하는 악재를 맞았다. 그룹 신용등급이 한 단계 떨어지면서 이자비용 증가 우려와 함께 향후 리파이낸싱 과정에서 어려움이 예상된 것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치면서 결국 웅진그룹은 코웨이를 포기하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 매각을 결정하고 지난주 후반 국내외 주요 인수 후보자를 상대로 입찰 안내문(티저레터)을 발송했다. 매각주간사는 한국투자증권이 맡았다.
웅진그룹은 이번 코웨이 재매각 배경으로 웅진에너지 등 계열사의 재무적 어려움 가중을 매각 관계자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웅진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코웨이 인수 직후 태양광사업을 영위하던 웅진에너지가 예상치 못하게 감사의견 거절을 받으며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됐다"며 "이에 따라 지주사인 (주)웅진 회사채 신용등급이 BBB+에서 BBB-로 하락하며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 자금 조달 시장은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신용등급 AA- 이상인 우량기업, 신용등급 A+~BBB+인 기업, BBB 이하 기업 간 금리차는 급격히 벌어지고 있다. 신용등급이 BBB+를 이탈해 하향 조정됐을 때 부담해야 할 시장금리는 만기 1년 기준 최대 2%포인트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웅진코웨이가 다시금 매물로 나옴에 따라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은 활기를 띨 전망이다. 웅진그룹 재무 사정상 회사가 매물로 나왔지만 웅진코웨이는 여전히 뛰어난 현금 창출력을 갖고 있다. 시장에서는 렌탈시장 강자인 LG와 롯데 CJ 등 대기업을 비롯해 국내외 PEF를 인수 후보로 꼽고 있다. 2012년 웅진코웨이가 처음으로 매물로 등장했을 때도 여러 대기업과 PEF, 중국 등 외국계 기업까지 인수를 타진했다. 웅진그룹이 그룹 재무 사정 악화로 코웨이 재매각 작업에 나섰지만 기업 가치는 6년 전보다 더욱 높아진 상태다. 웅진코웨이는 지난해 매출 2조7000억원, 영업이익 5200억원을 기록했다.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 지분 27%
26일 기준으로 웅진코웨이 시가총액은 6조원으로 단순 계산 시 지분 27% 가치는 1조6200억원이다. 여기에 통상적인 경영권 프리미엄 30%를 가산하면 2조1100억원 수준이다. 웅진그룹이 밑지고 팔 가능성은 낮은 셈이다.
[한우람 기자 / 진영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