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구시 울산시 충청남도 경상북도 경상남도 등 총 50개 지자체가 올 하반기 금고은행 입찰을 시작한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3월 지자체 금고 선정에서 과도한 '쩐(錢)의 전쟁'을 막고자 100점 만점 평가 기준에서 협력사업비 배점을 4점에서 2점으로 낮췄다. 반면 금리 배점을 15점에서 18점으로 높이는 새로운 평가 기준을 마련했다. 협력사업비는 지역발전기금 명목으로 은행들이 지자체에 주는 돈으로, 지자체는 사실상 더 많은 돈을 내는 은행에 금고 사업권을 주고 있다.
정부 조치에 대해 금융업계에서는 '반쪽 대책'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협력사업비 배점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결국 자금력을 갖춘 대형 은행들이 협력사업비 부문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행안부는 협력사업비가 순이자마진을 초과하거나 전년 대비 출연 규모가 20% 이상 증액되면 '보고'를 하도록 했지만, 출혈경쟁을 잠재울 만한 강제성은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대형 시중은행이 연간 지출하는 협력사업비 규모는 지방은행의 3배 이상이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국회 정무위)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대 시중은행은 협력사업비 총 680억원을 지출했다. 반면 부산·대구·경남·광주·전북은행 등 5대 지방은행은 228억원에 불과하다. 지자체 금고 강자인 NH농협은행은 533억원을 썼다.
아울러 금리 배점을 높여 또 다른 출혈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형 은행들이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지자체에 좋은 조건으로 금리를 제시하면 결국 '이자 전쟁' 승자는 시중은행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계속 더 많은 협력사업비와 더 좋은 금리 조건을 제시하다 보면 지자체 눈높이만 높아져 은행은 손해를 보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고 출혈경쟁을 둘러싼 논란은 서울시 금고 쟁탈전 당시 본격화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시금고 입찰 과정에서 신한은행을 1금고로, 우리은행을 2금고로 선정하면서 과거보다 3배 많은 4100억원을 협력사업비로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전례가 나타나자 다른 지자체에서도 협력사업비에 대한 기대를 하기 시작했다. 내년 말 금고 계약이 만기인 부산시는 부산시의회를 중심으로 서울시처럼 협력사업비를 더 많이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전국 6개 지방은행이 지자체 금고 지정 기준 개선 때 시중은행의 출연금 횡포를 막고 지방은행을 배려해달라는 호소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금융당국도 지자체 금고를 쟁취하기 위한 은행들의 영업활동이 정상 수준을 넘어섰다고 보고 예의 주시 중이다. 특히 협력사업비에 대해서는 사실상 리베이트 성격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협력사업비 제공을 금지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
그러나 대형 시중은행의 공격적인 지방 침투에서 발생하는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서는 더욱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방은행에 비해 조달 금리나 자산 면에서 차원이 다른 '리그'에서 뛰고 있는 대형 은행과 지방은행에 각각 다른 선정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