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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1110원대에 머물던 달러당 원화값은 한때 1200원에 근접했다. 최근 등락 과정에서도 원·달러 환율은 지난 5월 초반에 가파르게 상승했던 당시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미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9%로 나타났다. 잠재성장률에 비해 높은 성장을 달성했다. 올해도 여러 전망치를 종합할 때 2%대 중반의 성장이 예상된다. 반면 외환시장에서 미국의 대칭되는 파트너로 지목되는 유로존의 경우 지난해 1.8%에서 올해는 1.2% 전후로 성장률에 대한 전망이 떨어졌다. 동시에 유로존 내에서 핵심 국가라고 할 수 있는 독일은 성장률에 대한 전망이 더욱 크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최근 수일간에 걸쳐 벌어지고 있는 달러 약세는 미국 경제의 부진과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반영했으나 일시적인 동향이며, 중장기적(3~6개월 전후) 시각에서 달러는 현 수준보다 더 높은 가치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달러 강세를 예상하는 또 다른 논거는 안전자산 선호 관점에서의 강세에 대한 가능성이다. 기축통화로서의 지위가 유사시 부각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경제 성장률의 격차가 외환시장에서 환율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준다고 가정할 때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경우의 수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먼저 글로벌 각국이 모두 성장률이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의 성장률 개선이 더욱 큰 폭으로 진행되는 경우다. 이럴 경우 예상해 볼 수 있는 시나리오는 미국이 강한 달러로 형성된 높아진 구매력을 기반으로 소비를 확대하고, 그 결과 글로벌 경제 전반에 성장의 훈풍이 확산되는 케이스다. 편의상 이를 '착한' 달러 강세라고 하면, 그 반대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 '나쁜' 달러 강세는 모두가 성장률이 낮아지는 가운데 미국이 상대적으로 덜 낮아지는 경우다. 두 가지 모두 성장률의 격차를 반영해 외환시장에서 형성되는 환율은 달러 강세, 비미국 통화의 약세라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영향은 다르다. '착한' 달러 강세에서 미국은 높아진 구매력을 기반으로 다른 국가들의 높아진 수출 경쟁력을 반영한 재화나 서비스를 소비한다.
올해 각국의 경제 펀더멘털 전망을 살펴볼 때 이번에 예상되는 달러 강세는 '나쁜' 성격이 유력하다. 위험자산에 신중히 접근해야 할 때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