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매일경제 레이더M이 조 전 회장 보유 지분에 대한 상속세액을 추정해 본 결과, 상속세 규모는 2588억원에 달했다. 이는 조 전 회장 별세 직전인 4월 5일 주가로 추정한 상속세 규모 2066억원 대비 25.27%나 늘어난 수치다.
추정 대상인 조 전 회장 보유 지분은 한진칼(지분율 17.84%), (주)한진(6.87%), 한진칼우(2.40%), 대한항공(0.01%), 대한항공우(2.40%), 정석기업(20.64%) 등이다.
상속세 추정 과정에서 변수가 다양한 상속 공제 항목을 제외하고 산출했으며 적용 세율은 정석기업이 65%, 나머지 기업은 60%다. 현행 상속·증여세법은 30억원을 초과하는 과표 구간에 대해 최고 세율 50%를 부과하고 있다. 이에 더해 지배주주 상속 지분에 대해 지배주주 지분이 50% 이상인 경우 30%를 할증한 65%를, 50% 미만인 경우엔 20%를 할증한 60%를 최종 부과하고 있다.
상증세법은 상장 주식에 대한 상속가액 평가를 별세 두 달 전부터 직후 두 달까지 총 넉 달간 종가 평균으로 산출한다. 조 전 회장 별세 시점이 4월 8일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지난 2월 8일부터 이달 8일까지 넉 달간 종가 평균이 상속지분 평가 기준이 된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식은 한진칼 지분 17.84%다. 상속가액 산출가치만 3480억원에 달한다.
한진칼 주가는 조 전 회장 별세 소식이 알려지기 직전인 4월 5일 2만5200원에서 5일 4만3600원으로 73.02%나 급등했다. 넉 달간 평균 종가인 3만2976원을 기준으로도 별세 직전 대비 30.86% 올랐다. 이 때문에 한진그룹 유족이 부담해야 할 상속세는 한진칼에서만 2088억원에 달한다.
상속세액 윤곽이 잡히면서 다음 관전 포인트는 유족의 최종 상속 신고 시점이다. 한 가업승계 전문가는 "상속세 신고는 고인 별세 이후 6개월 뒤인 10월 8일까지 마무리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민법상 유족 간 합의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 지분 분할은 배우자 1.5, 자녀당 1.0 비율로 역산해 나누도록 돼 있다. 조원태 신임 한진그룹 회장이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이 같은 민법상 분할 비율이 아닌 유족 간 협의 상속을 통해 지분을 몰아받는 것이 중요하다. 향후 유족 간 지분 분할 비율 협의 방향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다른 관심사는 상속세 납부다. 조 전 회장 보유 지분 외에 부동산, 현금 등 다른 자산 상속까지 감안할 경우 상속세액은 2600억원을 훌쩍 웃돌기 때문이다. 가업승계 전문가는 "상속 지분을 국세청에 담보로 제공하거나 서울보증보험의 상속세 보험을 활용할 경우 5년간 상속세 연부연납이 가능하기 때문에 올해 상속세 납부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한진그룹 오너 일가 상속과 관련해 미래에셋대우가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려 상속 관련 컨설팅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내년 이후다. 강성부펀드가 지분율 경쟁은 물론 전날 법원에 검사인 선임 신청을 통해 추가 압박에 나섰기 때문이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KCGI가 검사인 선임 신청을 한 것은 조원태 회장 선임 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와 더불어 상속세 재원으로 쓰일 가능성이 높은 조 전 회장 퇴직금 산정에 대해서도 견제를 날린 것"이라며 "유족의 대응에 따라 향후 지배구조에 큰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열려 있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한진칼 주가가 고공행진을 펼치면서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백기사 유치는 역설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진그룹 투자를 검토한 바 있는 업계 관계자는 "한진 계열사 자산가치 등을 감안할 때 현재 한진칼 주가 수준은 크게 고평가된 상태"라며 "주가가 오를수록 투자가 가능한 재무적투자자는 기존 투자자인 KCGI 외엔 없다고 봐도 된다"고 설명했다. 최악의 경우 오너 일가가 상속세 납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한진칼 지분을 내다 팔아 오히려 경영권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는 역설적인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강성부펀드가 한진그룹을 대상으로 경영권 분쟁 2라운드에 돌입하자 한진그룹 주가가 다시 크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진칼 우선주는 전 거래일 대비 18.60% 오른 6만1200원에 거래
[한우람 기자 /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