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우려로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금융채 몸값이 뛰어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가 최근 1년 새 1%포인트 가까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대출금리와 시점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대출을 받은 지 2년이 지났다면 새로운 고정형 주담대로 갈아타는 게 더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이 판매하는 5년 고정형 주담대(5년간 고정금리 이후 변동금리) 금리는 2.59~4.09%로 전주보다 0.03%포인트 내렸다. 최저 금리대가 지난해 11월 말 2.85%로 3% 선을 깨고 내려간 지 반년 만에 2%대 중반까지 추락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금리가 가장 비쌌던 2월 말 3.54~5.04%와 현재 금리 차이는 0.95%포인트로 1%포인트에 육박한다.
일반적으로 신용등급이 높고 아파트 구입 목적으로 대출을 신청했다면 웬만한 시중은행에서는 자동이체, 매월 카드 사용액 얼마 이상 등 몇 가지 요건만 만족하면 최저 금리 수준으로 주담대를 받을 수 있다. 단, 은행들이 고시하는 최저금리는 장애인 우대금리 등도 포함돼 있어 실제 적용되는 금리는 약간 올라간다. 이 때문에 지금 국민은행에서 주담대를 받을 때 실제 최저금리는 2.89%, 금리가 최근 1년 새 가장 높았던 작년 2월 말 금리는 3.84%가 된다.
두 시기에 각각 같은 금액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2억원 대출을 받으면 총이자는 작년 2월에는 1억3712만7710원, 현재는 9929만7400원으로 차이가 3783만310원에 달한다. 5년 고정, 30년 만기 원리금 균등분할 상환 방식일 때다. 월 상환금은 현재 대출을 받았을 때는 83만1389원, 작년 2월 대출 시에는 93만6474원으로 지금이 10만5085원 더 싸다. 연간으로 따지면 1년 전에 받았을 때가 현재보다 매년 126만원 넘게 대출금을 값아야 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상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이 바로 대출 갈아타기다. 담보와 신용 조건 등이 달라지지 않았다면 남은 부채 그대로 금리가 더 싼 대출로 옮겨 갈 수 있다.
단 이때 고려해야 하는 것이 중도상환수수료다. 은행은 고객이 금리가 저렴한 대출로만 옮겨 다니면 수익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를 벌충하는 차원에서 보통 실행일로부터 3년 안에 대출을 갚으면 상환금액에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추가로 요구한다. 이때 적용되는 수수료율은 보통 1% 초중반대로 시작해 대출을 받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떨어져 3년이 지나면 0%가 된다. 즉 대출자는 싼 대출로 갈아탔을 때 '줄어드는 상환액'과 '내야 하는 중도상환수수료'를 비교해 만약 상환액이 더 크다면 새 대출로 갈아타고, 수수료가 더 많으면 지금 대출을 유지하는 것이 이득이다.
중도상환수수료율 1.2%로 2억원의 고정금리 주담대를 받은 사람이 대출을 갈아타면서 기존 대출을 상환할 때 내야 하는 중도상환수수료율을 크게 세 가지 시점에 따라 시뮬레이션해 보니 △대출을 받은 직후 바로 갚으면 240만원 △1년 뒤 갚으면 160만원 △2년 뒤 상환하면 80만원이 된다. 이를 앞서 가정한 '지난해 2억원 대출자가 현재 대출로 갈아탈 경우'에 적용하면 대출을 바꿀 때 줄어드는 연간 상환액이 126만원이므로, 최소 2년이 지난 후 상환해야 이득이다.
더 싼 대출을 찾는 것은 금리 하락기에 소비자가 많이 찾는 전통적인 '손실 회피 전략'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에도 대출금리가 급락했을 때 일부 수수료를 물고 저렴한 금리 대출로 옮기는 고객이 많았다"며 "요즘에는 고정 주담대 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낮아서 새로 대출을 받는 고객 대부분은 고정금리를 선택하고 있다"고 덧붙였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주담대 등 새롭게 이뤄진 가계 대출 가운데 고정금리 비중은 43.4%로 1년 전 23.2%보다 20.2%포인트나 늘었다. 은행권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에 이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지금과 같은 주담대 금리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