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원화가치가 소폭 등락을 거듭하겠지만 하반기에는 미국 금리 인하 가능성 영향으로 결국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국내 증시에도 긍정적일 수 있다. 국내 증시에서 비중 33%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인 입장에서 원화가치 상승은 달러 환산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가치는 전일보다 0.70원(0.06%) 내린 1182.80원에 장을 마쳤다. 전날 올 들어 가장 높은 상승폭(8.8원)을 기록한 뒤 다시 하락 반전했다.
원화가치 상승을 점치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연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 때문이다.
현재 2.5%인 미국 기준금리가 인하된다면 그만큼 달러 조달에 드는 비용이 줄어들어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 공급되는 달러가 늘어난다. 달러 공급이 증가한 만큼 달러가치는 떨어지게 되는데, 이로 인해 원화값이 상대적 강세를 보일 수 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통화정책이 완화적으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에 연말까지 원화는 점차 강세를 띨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 대비 미국 외 지역 성장률 차이가 달러당 환율이다. 현재 추세를 보면 지난해와 달리 미국의 성장 모멘텀이 약해지는 대신 미국 외 지역이 선방하고 있는 모습인데,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돈을 풀지 않을 수 없다"고 분석했다.
금리 인하와 더불어 미국 정부가 꺼낼 수 있는 유동성 강화 방책인 채권 매입, 대출 확대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우리나라 외환당국이 달러당 1195원 선에서 구두 개입을 한 것에 비춰볼 때 추가 약세가 진행돼 1200원 이상까지 올라갈 가능성은 낮다"고 바라봤다. 권 연구원은 원화가치가 차츰 상승해 연말에는 달러당 1140원 선에 안착할 것으로 예상했다.
위안화 가치 추가 하락이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도 원화 상승 요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위안화가 달러당 7위안 이하에서 안정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서면 중국에서 자본 유출이 심화될 뿐 아니라 중국 기업들의 외화부채 상환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환율 방어 의지를 강조하는 중국 인민은행이 이를 막기 위해 사전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원화가치는 위안화 가치에 연동되는 경향이 있다.
다만 현재 전 세계 눈이 쏠려 있는 미·중 무역분쟁은 여전히 가장 큰 변수다. 양자 간 마찰 수위가 높아지면 글로벌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안전자산인 달러에 수요가 몰려 '달러가치 상승·원화값 하락'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신흥국 자산에 속하는 우리나라 증시에 대한 회피 심리가 높아지면서 외국인 수급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이 같은 이유에서 증시 전문가들은 미·중 정상이 한자리에서 만날 것으로 점쳐지는 G20 정상회담에서 나오는 뉴스에 따라 환율과 증시가 출렁일 가능성을 예고했다.
원화가치가 상승하면 국내 증시에서 창출한 이익분의 달러 환산액이 올라간다.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하반기 원화 강세가 이어진다면 외국인 수급은 나아질 여지가 있다"며 "현재 국내 증시 밸류에이션이 낮게 형성돼 있다는 점까지 더해져 지난달과 같은 외국인 대량 매도가 또다시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지난 한 달 간
문제는 국내 상장사 실적이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매수할지 여부는 환율보다 한국 기업의 실적 개선에 달려 있는데, 기대보다 부진한 실적이 수급 개선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해석도 만만치 않다.
[홍혜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