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월 한 달간 코스피는 7.34%나 하락하면서 지난해 이른바 '검은 10월'(13.37%↓)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1년 넘도록 교착상태를 보이는 가운데 고유가·고환율 쇼크 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4월 중순께만 해도 코스피는 미중 무역분쟁 해결 기대감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 등에 힘입어 2240선을 오갔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 경기 악재와 맞물리면서 한 달 만에 2020대로 주저앉았다. 지난달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 투자금만 2조5000억원 가까이 빠졌다. 개인과 기관도 연달아 매물을 쏟아내면서 맥을 못 추는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200원까지 치솟으면서 원화약세를 조장하는 것도 방해물이다.
부진한 국내 주식시장보다는 선진 해외 주식과 채권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전문가 조언이 잇따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현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볼 때 현행 주식과 채권 모두 비싼 상태이며 위험자산 투자에 대한 보상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포트폴리오 전략 차원에서 국내주식과 채권은 축소하는 한편, 선진 주식·채권은 비중을 확대하는 선택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변동성이 컸던 5월에도 선진국 채권시장은 강세를 보였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채권금리는 장기물을 중심으로 떨어졌다. 미 국채 10년물 채권금리는 한달 사이 2.5%에서 2.0%대에 마감했다. 그리스와 이탈리아를 제외하고 유로존의 채권금리도 하락세를 나타냈다. 일반적으로 금리와 채권 가격이 반비례 관계에 있다. 미중 무역분쟁 심화가 위험자산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며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자금 유입을 견인한 셈이다.
이달 말부터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도 선진국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 해외채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전으로 흘러가며 지속해서 안전자산 선호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다만 지난해와 달리 미국의 설비투자 사이클 회복세, 유동성 확대 기조로 실물경기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주식시장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이다. 시장 안정성을 나타내는 '혼란(Turbulence) 지수'는 선진국 시장은 0.9를 나타내는 동안 신흥 시장은 1.5로 평균인 1을 크게 상회했다. 안정적 측면에서 선진주식의 매력도가 높다고 여기는 이유다.
[디지털뉴스국 김규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