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發 환율전쟁 ◆
↑ 29일 달러당 원화값이 전날보다 8.1원 하락한 1193.9원에 장을 마감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이충우 기자] |
특히 원화값은 외환시장 전문가들 전망을 보란 듯이 비껴가며 큰 폭의 변동성을 보였다. 장 초반만 해도 외환딜러나 애널리스트들은 "미국 재무부가 내놓은 환율보고서 결과가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그러나 이날 달러당 원화값은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져 장 마감을 불과 10여 분 앞두고 1196.2원까지 떨어졌다. 전날 종가보다 10.4원 하락한 데다 지난 22일 기록한 장중 연저점 1196.5원에도 근접한 값이었다. 다만 이후 외환당국 개입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원화값은 소폭 반등한 채 거래를 마쳤다.
문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이 환율 전쟁으로 비화할 것이란 불안감이 커진 듯하다"고 덧붙였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도 "미국이 향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카드로 환율조작국 이슈를 남겨두려는 듯한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고 말했다.
문 연구원 등에 따르면 통상 미국의 환율관찰대상국에 포함되면 해당 국가 통화는 강세를 띨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외환 감시망에서 벗어나려면 대미 무역흑자 수준을 낮추는 등 조치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달러화 대비 통화 가치가 높아지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해당 통화가 약세를 보인 건 불안한 심리의 영향이란 해석이다.
원화가 전날부터 이어진 중국 위안화 약세를 따라가고 있다는 분석도 많다. 이날 중국 인민은행은 달러당 위안화 가치를 전날보다 0.02% 내린 6.8988위안에 고시했다. 역외시장에서도 달러당 위안화 값은 6.93위안 전후에서 움직이며 심리적 저지선인 '7위안'에 근접해 있다. 중국 당국이 7위안 선을 방어하는 듯한 모습을 여러 번 보였지만 '언제 뚫릴지 모른다'는 분위기도 있다. 이 경우 달러당 원화값도 1200원 선을 넘어 급등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여전히 유효하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6월 초께 단기적인 달러당 원화값을 1220~1230원 수준
현재 외환시장에선 우리 외환당국이 1200원 선을 '두고보지 않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내비친 만큼 쉽사리 1200원 선이 뚫리진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민 연구원은 "다음달 초쯤 1200원대 최저점을 찍은 뒤 원화값이 빠르게 꺾이는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