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보호` 외치던 한국거래소, 인보사 사태 인지하고도 `전전긍긍`

코오롱티슈진이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 성분이 뒤바뀐 것을 알고도 이를 숨기고 판매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놓였다. 한국거래소는 식품의약안전처의 인보사 허가 취소 발표가 나자마자 해당 종목들의 거래를 정지하고 상장실질심사 대상에 올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거래소가 사전에 코오롱티슈진의 허위조작 사태에 대해 중요 공시를 인지하고도 마땅한 조치를 취하지 못해 투자자 보호에 미흡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는 코오롱티슈진과 코오롱생명과학에 대해 "코오롱티슈진이 상장 심사와 관련해 제출한 서류 내용 중 중요한 사항의 허위기재 또는 누락내용이 투자자 보호를 위해 중요한지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라며 "코오롱티슈진의 상장 회사 자격 유지에 문제가 있는지를 파악하는 상장적격성 실질 심사 사유가 발생해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 결정일까지 주권매매거래정지한다"고 밝혔다.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이 인보사 성분 논란에 휩싸인 지 약 2달, 회사 공시로 허위 기재 사실을 알린 지 16일(거래일 기준)만의 제재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당국의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는 업계 안팎에서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결과"라며 "이미 두달 전부터 인보사 성분이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니라 신장세포였다는 사실이 드러나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임상중단은 물론 식약처까지 조사를 벌이는 데다가 코오롱생명과학 측에서도 몇 차례 공시를 통해 인보사 성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드러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3일 '어린이날 연휴'를 앞두고 장 마감 후 한참 뒤인 오후 5시 38분에 악재성 공시를 기습 발표한 바 있다. 코오롱티슈진이 미국 FDA로부터 성분문제로 인해 인보사의 임상 3상을 중지하라는 공문을 받았다는 것과 이미 2017년 3월에 인보사에 신장유래세포가 있었다는 것을 이al 코오롱생명과학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 알고 있었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업계 안팎으로 제기된 인보사 논란의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을 고의적으로 은폐했다는 것을 시인한 셈이다.
이어 지난 15일에는 미국에 분석을 의뢰했던 국내 제조 인보사 세포 성분이 미국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과 마찬가지로 신장유래세포로 드러났다고 추가 공시했다.
코오롱티슈진의 인보사 사태는 예견된 악재(惡材)였다는 면에서 거래소의 대응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사실상 3일 이후 연이은 회사 측 공시에 따라 인보사의 성분이 뒤바뀐 걸 숨기고 허가받았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었지만 식약처의 발표가 난 직후인 28일에서야 거래소는 거래정지와 함께 상장실질 심사 프로세스를 가동했다.그 사이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의 주가는 각각 52.13%, 50.40% 급락해 반토막이 났다. 양사의 소액주주 규모만 3월말 기준 코오롱생명과학 2만5230(59.23%), 5만9445명(36.66%)이나 된다.
거래소 측은 이에 대해 "해당 공시 내용을 확인했으나 진위여부에 대해서는 공신력있는 기관의 공식발표 전까지 거래 제재 조치의 근거가 없다"면서 "오히려 공시 내용으로 매매거래를 중단하는 것이 시장에 더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격 급등, 거래량 급증, 시세조작 등 수치 상으로 종목 이상 증세가 나타나는 경우에는 투자유의나 투자환기 등과 같은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해당 건과 같은 공시나 상장절차 위반의 경우 매매거래 제한 밖에 취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매매거래 제한이 거래소 입장에서는 최초이자 최후의 보루로 꺼낼 수 있는 카드라는 얘기다.
또한 회사 측의 공시내용으로 제재 조치를 취한 이후에 정부 조사결과가 반대로 나타난다면 상당한 책임을 져야하는 것도 거래소 입장에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제29조 및 동 시행세칙 제29조에 따라 거래소는 15거래일 이내인 6월 19일 이전까지 코오롱티슈진에 대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만약 지난 2017년 11월 상장 당시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관련한 제출서류의 내용 중 중요한 사항의 허위기재 또는 누락내용이 투자자보호를 위하여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라면 상장폐지라는 최악의 결과까지 나올 수 있다.
[디지털뉴스국 김규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