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은 28일 하루에만 7600억원어치 매도 우위를 보였다. 지난해 9월 이후 하루 기준 최대 규모다. MSCI 신흥국지수 재조정에 따른 패시브 펀드 자금 이탈이 원인으로 꼽힌다. 다만 코스피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은 채 오히려 상승 마감했다. 그러나 신흥국지수 내 한국 비중 축소와 무역전쟁, 기업 실적 모멘텀 상실, 경기 둔화 여파 등으로 코스피가 확실한 상승동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당분간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연초부터 지난 17일까지 코스피 상승률은 0.9%로 주요국 증시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S&P500과 나스닥지수 상승률은 각각 14.1%, 17.8%를 기록했으며, 상하이종합지수 역시 15.6% 올랐다. 유럽 유로스톡스50, 일본 닛케이225지수 상승률은 14.2%와 6.2%였으며 한국이 속한 MSCI 신흥국지수도 4.5%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반대였다. 코스피는 2018년 한 해 동안 19.3% 떨어졌다. 주요국 증시 가운데 상하이종합지수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낙폭이다. 지난해와 올해를 두고 봤을 때 코스피보다 해외 지수에 투자했을 때 훨씬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셈이다. 장근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주식시장 상승 여파가 전 세계로 이어지고 코스피도 이를 따라가는 모습을 보였으나 어느 순간 괴리가 나타나 따라가지 못했다"며 "미국·중국 지수와 코스피를 비교했을 때 상승장에서는 동조화 정도가 떨어지는데 하락할 때는 동조화 정도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코스피는 28일 전 거래일 대비 4.62포인트(0.23%) 오른 2048.83으로 거래를 마쳤다. MSCI 신흥국지수 재조정 이벤트에도 오히려 상승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MSCI 신흥국지수 조정에 따른 외국인 대규모 매도세가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MSCI 신흥국지수 조정으로 인한 외국인 이탈 규모를 8000억원 전후로 예상했다"며 "기계적으로 움직여야 할 자금이 빠져나간 것이고 오히려 시장은 중요 이벤트가 끝났다는 안도감에 반발 매수가 들어오며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SK하이닉스 주가는 장 마감 10분 전까지 전 거래일 대비 소폭 오른 모습을 보였으나 장 마감 동시호가에서 매물이 쏟아져 나와 1.49% 하락하며 마감했다. 이날 외국인이 SK하이닉스를 순매도한 금액은 2259억원에 달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올해 하반기 코스피가 2000~2300대 박스권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올해 하반기 코스피 예상 밴드를 2000~2300으로 전망했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상장사 순이익이 130조원에 달했다. 올해 30% 이상 이익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하반기에도 주식시장은 작년 고점에 이르긴 힘들다"며 "다만 내년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오는 9월께 중국과 극적 합의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은 완만한 상승을 이끄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김형렬 교보증권 센터장은 "국내 증시에 반등 근거가 부족하다"며 "미·중 무역협상 합의 기대는 이미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투자자를 속여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증시 본연의 가치를 신뢰하며 버텨야겠지만 투자자가 기댈 만한 상승 근거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00을 하단, 2250을 상단으로 전망하며 "반도체 경기 저점이 점점 뒤로 밀려나 내년 초로 넘어가는 분위기 속에서 시장을 극적으로 끌어올릴 만한 재료가 없다"고 말
이날 자본시장연구원도 하반기 코스피가 1950~2150 사이를 맴돌 것으로 전망했다. 장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경기 저점 이후 주가가 반등했으나 올해는 성장세가 횡보하며 빠르게 회복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무역분쟁 격화로 미 증시도 조정 국면에 진입하면 국내 증시는 더욱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희영 기자 / 홍혜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