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한국당이 주최한 `무분별한 신도시 지정,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 3기 신도시 지정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
정부가 최근 추진 중인 3기 신도시가 수도권 도시공간 구조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단순히 주변 집값이 떨어지는 수준을 넘어 △기존 신도시 쇠퇴 △베드타운 연담화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경기권역 공동화 등 국토·도시계획 차원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3기 신도시를 서울 주택 수요를 흡수하는 차원으로만 보지 말고 주변 생활권과 연계하는 등 종합적인 판단 아래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정책위원회는 28일 일산 킨텍스에서 긴급 정책 현장토론회 '무분별한 신도시 지정, 무엇이 문제인가?'를 열었다. 이 토론회는 최근 정부의 3기 신도시 지정에 대한 1·2기 신도시 주민들의 반발을 수렴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을 토론하기 위해 마련됐다. 토론회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를 비롯해 박순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 등 한국당의 국토위 소속 의원들이 모두 참여했다.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정부는 저출산·고령화로 인구 변화가 예측되고, 인근에 미분양 아파트가 있을 정도로 공급 과잉인 기존 1·2기 신도시 앞에 또 다른 신도시를 조성하는 졸속 정책을 내놓았다"고 비판했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1·2기 신도시가 주택가격 안정엔 기여했지만 도시계획 측면으로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자족 기능을 갖추지 못하고 베드타운으로 전락한 사례가 상당수인 데다 교통 등 인프라스트럭처 능력이 떨어져 통근시간 증대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뜻이다.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이전의 신도시, 특히 2기 신도시는 서울 인구 분산과 집값 안정만 목표로 하면서 교통망 등 인프라를 걸맞게 갖추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예를 들어 수도권 서북부는 1기 신도시인 일산을 기준으로 자유로 등이 계획됐지만 파주 운정 등 2기 신도시가 근처에 들어서면서 포화 상태가 됐다.
그렇다고 자족 기능을 확실히 갖추지도 못했다. 김주원 수원대 도시부동산학과 초빙교수는 "1기 신도시 중에서 분당만 판교, 용인, 화성 등 연계도시 개발이 계속되면서 일자리가 많이 공급됐지만 일산 등 다른 지역은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입지 등 물리적 환경은 비슷했던 분당과 일산의 '운명'이 갈린 것에는 이 같은 차이점이 큰 영향을 줬다는 뜻이다.
더 큰 문제는 3기 신도시가 들어서면 부작용이 더 심해질 위험이 높다는 사실이다. 인구가 늘어날수록 교통망 수요는 더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을 해결책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현실성이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토위 소속인 이현재 의원(하남시)은 "광역교통개선대책이 수립된 100만㎡ 이상 택지개발지구 교통사업을 살펴본 결과, 97%(89건 중 86건)가 계획보다 최대 15년까지 지연됐다"며 "3기 신도시에 들어온다는 교통망이 제대로 진행될지도 미지수"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또 다른 보완 방안으로 내세운 자족용지 공급 대책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주원 교수는 "3기 신도시는 2기보다 2배 이상 높은 비율로 자족용지를 공급해 '물량폭탄'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신도시 정책 자체가 최근 변하는 인구구조와 역행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일본 다마신도시가 인구 변화를 읽지 못하고 주택 공급에만 집중하다 실패한 전철을 3기 신도시도 밟을 위험이 높다는 뜻이다. 특히 도시 정책은 '비탄력성'이 강해 한 번 실행되면 문제점이 생겨도 되돌릴 수 없다.
김영곤 강남대 부동산건설학부 교수는 "3기 신도시 계획이 현실로 나타나려면 빨라야 5년 후인데 그땐 어떤 상황인지 모른다"며 "주택 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무조건 새로 집을 짓는 것은 고도성장기에 적합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일산, 파주, 하남 등 3기 신도시 문제와 관련한 지역 주민들이 대거 참석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고양시민이라고 밝힌 한 참석자는 "정부는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등을 도입해 기업체 유치·대학
행사에 참석한 김규철 국토부 공공주택추진단장은 "오늘 토론회에서 제기된 많은 우려와 주장을 잘 청취해 정책을 세울 때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