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고무줄 산정` 논란에 HUG "심사기준 바꾸겠다"

최근 분양에 나섰던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와 강북 재개발 아파트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고무줄 심사 잣대'가 도마 위에 오르자 결국 HUG가 심사기준을 바꾸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도입 3년만에 첫 손질이라 형평성 개선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HUG는 현재 서울 등 고분양가 관리지역에서 시행하고 있는 분양가 심사기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현행 심사기준을 재검토하겠다고 28일 밝혔다. 2016년 8월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겨냥해 '고분양가 사업장 분양보증 처리 기준'을 마련한 이후 처음으로 제도를 손보는 것이다.
HUG 관계자는 "다음 달까지 개선안을 마련해 공개할 예정"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개선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분양가 심사에서 일관된 잣대를 제공하고 형평성 문제를 개선하는 데 주안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HUG는 서울 전역과 과천, 광명· 하남·성남 분당구, 세종시, 대구 수성구, 부산 해운대구·수영구·동래구를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규정하고 분양보증서 발급에 앞서 분양가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HUG의 분양보증서가 없으면 지자체 분양승인을 받기 어려운데다, 금융권의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어 사실상 분양가 통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인근 지역에서 1년 전 분양된 아파트가 있을 경우 직전 분양 아파트의 분양가를 넘지 못하도록 분양가를 제한하고, 1년 전에 분양한 아파트가 없는 경우에는 직전 분양가의 최대 110%까지 인상을 허용한다.
그러나 최근 서울지역에서 HUG의 분양가 심사 관련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달 초 분양한 서울 서초구 방배경남아파트 재건축 단지인 '방배그랑자이'는 분양가가 일반아파트(주상복합 등 제외) 기준 최고가인 3.3㎡당 평균 4657만원에 분양보증 심사를 통과했다. HUG는 지난해 12월 분양한 서초동 삼호가든3차 재건축 단지인 '디에이치 라클라스' 평균 분양가와 같은 수준이라고 판단해 분양보증서를 발급해줬다고 설명했다.

↑ 롯데캐슬 클라시아 모델하우스 입장을 기다리는 인파 [사진 = 롯데건설]

강북권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분양에 나선 '롯데캐슬 클래시아'(길음1구역 재개발)는 3.3㎡당 평균 2289만원에 분양보증 심사를 통과해 성북구 최고 분양가를 갈아치웠다. 애초 HUG는 같은 구에 위치한 장위동 꿈의숲 아이파크의 3.3㎡당 평균 분양가(1700만원)에 맞춰 책정할 것을 제시했으나, 조합 측이 "장위동과 길음동은 교통여건, 생활권이 다르다"며 반발하자 3.3㎡당 600만원 가깝게 올린 가격을 승인해준 것이다.
이런 HUG의 줏대없는 분양가 산정 방식에 대한 지적은 꾸준히 이어져왔다. 지난해 3월 분양한 개포 주공8단지인 '디에이치 자이'는 HUG의 분양가 통제로 주변 시세 대비 5억원 이상 시세차익 효과(?)가 발생해 '로또 아파트'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HUG가 정부와 여론의 관심이 높은 강남 요지의 재건축 단지는 분양가를 지나치게 까다롭게 평가하고, 그렇지 않은 단지는 조합 민원 등을 받아들여 높은 분양가를 승인하면서 형평성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이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