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화값 급락 ◆
서울 외환시장에서의 13일 달러당 원화값 종가 1187.5원은 이미 올해 연고점인 1112.7원(2월 1일)과는 3개월 만에 74.8원이나 격차를 벌린 것이다. 달러당 원화값이 종가 기준으로 1180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7년 1월 16일(1182.1원) 이후 처음이다. 일각에선 1180원 중반대를 돌파한 이상 1200원에 도달하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이날 달러당 원화값을 하루 만에 10.5원 끌어내린 직접적 요인은 미·중 무역협상 결렬과 위안화 약세였다. 지난 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에 협상 진척에 관해 강한 불만을 터뜨리며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 25%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한 뒤 협상 결렬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고, 결국 협상이 '빈손'으로 끝난 뒤 징벌적 관세가 부과됐다.
글로벌 시장에 불안감이 커지자 이날 한때 달러당 위안화값은 전날 뉴욕장에서 거래된 6.8416위안보다 약 0.9% 급락한 6.90331위안에 거래됐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이날 "미·중 사이의 갈등이 또 다른 긴장 국면에 들어선 것 같다"며 "달러당 위안화값이 올해 들어 비교적 안정적으로 움직이다가 오늘 6.9위안 근처까지 떨어지자 원화값도 여기에 연동돼 급락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4월 25일 국내 GDP가 -0.3%로 발표되며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 이후 서울 외환시장이 더욱 예민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 연구원은 "지난 4월 말부터 외국계 은행·헤지펀드 등 역외 세력의 달러 매수 플레이가 극심했다"며 "역성장, 수출 둔화 등 한국 시장의 취약성이 드러나자 타깃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이달 4일과 10일 잇달아 단거리 발사체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높인 점도 원화 약세 요인으로 꼽힌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 2월 미·북정상회담이 결렬된 후부터 눌려 있던 원화값이 하락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탓인지 원화값은 주변국 통화에 비해서도 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날 오전 이호승 기획재정부 1차관이 확대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한 후 취재진과 만나 "원화 변동성이 다른 주변국과 비교해 과도한 수준은 아니었다"고 한 발언은 시장 심리와 동떨어진 인식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많았다. 한 금융사 애널리스트는 "원화 변동성은 주변국보다 매우 과도한 수준"이라며 "당국이 적극적인 미세 조정에 나서지 않으면서 원화값이 더 하락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블룸버그에 따르면 한 달 전인 지난달 13일과 이날 간 주요국 통화를 비교했을 때 원화는 달러 대비 변동성이 두 번째로 컸다. 이 기간에 원화값은 4.316% 하락한 반면 중국 위안화는 2.214%, 브라질 헤알화는 2.212%, 터키 리라화는 3.547% 하락하는 데 그쳤다. 원화보다 하락폭이 큰 통화는 아르헨티나 페소화(-7.138%) 정도였다. 문제는 이 같은 급격한 변동성이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달러당 원화값이 떨어질수록 국내 수출 업체들이 타국 대비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해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는 단기적이고 단편적인 시각으로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으로 보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지금처럼 달러당 원화값이 떨어진다고 해서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좋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단언했다. 이어 "현재 원화 약세를 주도하고 있는 원인은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글로벌 교역 위축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 상황이 지속되면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매력이 떨어져 자본 유출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진단했다.
금융시장 불안이 커질수록 원화값은 더욱 약세를 띨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는 이미 글로벌 시장 불확실성과 원화값 추가 약세에 대한 우려가 팽배한 상황이다. 민경원 연구원은 "달러당 1180원 중반이 뚫린 이상 1200원 돌파는 시간문제"라고 전망했다.
다만 올해 3분기 이후 장기 전망을 보면 달러가 다시 약세로 돌아설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