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9억원이 넘는 분양가로 청약에 나선 서울 강남권 단지에 8800여명의 예비청약자들이 몰렸다. 10억~17억원대의 물량이지만 시행·시공사 측은 '중도금 집단대출 알선' 카드를 꺼내지 않았다. 때문에 당첨자는 잔금(20%)을 제외한 최소 8억원대의 현금을 갖고 있어야 계약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졌다.
시행·시공사 측은 중도금 알선 대신 '중도금 4회차 이상 3회 연체 시 계약 해제 유예' 카드를 제시해 실질적으로 당첨자가 총분양가의 50%인 최소 5억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했다면 강남권 새 아파트를 소유할 수 있을 전망이다. 물론 잔금과 연체이자 등은 현금이나 개인대출 혹은 전세세입자를 들여 충당해야 하지만, 그만큼 시세차익을 볼 수 있는 물량일지 여부에 대해선 판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방배그랑자이 모델하우스를 방문한 인파 [사진 = GS건설] |
방배그랑자이는 지하 5층~지상 최고 20층, 8개동, 전용면적 54∼162㎡, 총 758세대로 이 중 전용 59~84㎡, 256세대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총 분양가격이 9억을 넘어 특별공급물량은 따로 배정되지 않았다.
9일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배경남아파트 재건축 물량인 '방배그랑자이'는 지난 7일 1순위 청약을 받은 결과, 256세대 모집에 2092명이 신청해 평균 8.1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 59㎡A형은 62명 모집에 824명이 신청해 경쟁률이 13.29대 1로 가장 높았다.
앞서 지난 3일 서울 강남권에서 처음 진행한 이 단지의 무순위청약에는 6738명의 청약자가 몰린 바 있다. 사전무순위청약과 1순위를 합치면 총 8830명이 이 단지에 청약을 넣은 셈이다.
무순위청약은 청약통장 사용과 무관하기 때문에 무순위와 1순위 청약을 동시에 넣었다고 본다면 최소 6700여명이 이 단지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김범건 GS건설 분양소장은 "빌라 위주의 동네가 정비사업으로 탈바꿈하는 첫 공급단지나 다름없기 때문에 인근 공인중개사들이 입주시점에는 초기 분양가를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조합원과 거의 동일한 수준의 옵션인 빌트인가전과 프리미엄급 인테리어를 무상 제공이기 때문에 2000만~3000만원의 시세차익을 볼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9억 넘어 집단대출 안나오지만 '중도금 대출 알선' 카드 제시하지 않아
앞서 청량리에서 총분양가가 9억원 넘는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은 시행사가 자체보증을 서 중도금 40% 대출 알선을 내걸고 분양에 나선바 있다. 중도금 대출알선없이 분양에 나섰던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는 서울에서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겪은 뒤 부랴부랴 해당 조건을 추가하기도 했다.
↑ 방배그랑자이 모델하우스 안에 설치된 안내 입간판 [사진 = 이미연 기자] |
게다가 이 단지는 최근 몇 년간 GS건설이 수도권에서 분양가에 발코니 확장비를 포함시켜 분양했던 것과 달리, 발코니 확장공사비(920만~1100만원)를 유상으로 책정해 실제 분양가는 10억 2200만~17억5300만원 선이나 다름없다.
이에 예비 청약자들은 분양가의 80%(계약금 20%, 중도금 60%)인 최소 8억960만원~최대 13억8880만원의 현금을 확보하고 있어야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발코니 확장비 제외)
◆잔금 전까지 5억~8억원대 현금 동원할 수 있다면…
그러나 실제로는 잔금 전까지 총분양가의 절반 정도인 최소 5억원대(전용 59㎡A, 2층)의 현금만 동원할 수 있다면 강남 새 아파트를 소유할 수 있을 전망이다. 물론 전용 84㎡의 기준층 이상은 17억원의 절반인 8억원대의 현금동원력이 필수다.
중도금 대출 알선 대신 이 단지의 시행·시공사 측은 기존 6.5~6.7% 정도(공정위 권고안인 시중금리에 가산금리 일부를 더한 수준)의 중도금 연체이율을 5%대로 낮추는 동시에, 중도금 4~6회차 3회 연체에도 계약해지를 안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는 일명 '중도금 연체 특약'으로 몇 년 전 삼성물산이 강남권 분양단지였던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개포시영 재건축)'에 적용했던 바 있다. 이후 강남권 고가 단지 몇몇 곳이 제도 검토를 도입했다가 포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특약으로 방배그랑자이 청약당첨자의 현금부담은 8억원대가 아닌 5억원대로 낮아졌다. 금융권 연체가 아닌 시행사와의 계약에 따른 연체이기 때문에 신용정보 공유가 되지 않는 건이라 개인신용등급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전망이다.
보통 신규단지 분양 계약서에서 중도금을 3회 이상 납부하지 않으면 시행 측은 계약자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한다고 적시되어 있다. 앞서 이 특약은 강남권 현금부자들만이 고가의 새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게 한다는 '꼼수'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기도 하다. 그러나 중도금 연체가 현실화된다면 시행·시공사 측에도 적지않은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그만큼의 시세차익에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적용할 수 있는 제도로도 분석된다.
모델하우스 방문객 중 한명은 "9억원이 넘어 대출을 고려했다가 모델하우스에서 집단대출 불가라는 안내를 보고 상담을
[디지털뉴스국 이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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