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격의 사모투자펀드 上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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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사모투자펀드(PEF) 관계자가 전하는 최근 M&A 시장 풍경이다. 기업 M&A 때마다 반발 세력으로 등장하는 노동조합도 사모펀드에는 내심 호의적인 시선으로 대한다는 전언이다. PEF가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직원 처우를 개선시키는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론스타 파문'으로 인한 PEF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점차 낮아지고 오히려 PEF를 반기는 기업 오너 및 임직원이 늘어나고 있다.
PEF가 국내 기업 M&A에 대한 영향력을 더욱 높이고 있는 이유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격히 커진 대체투자 열풍 때문이다. 국내 대기업이 국내 M&A 시장보다 해외로 눈을 돌리며 PEF의 M&A 시장에 대한 영향력은 점차 커지고 있다. 투자 연한이 다가온 PEF들이 M&A 매물을 쏟아내며 PEF는 기업 인수뿐 아니라 매각에 있어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6일 매일경제 레이더M이 집계한 주요 PEF 보유 잠재 기업 매물로는 태림포장그룹(예상 매각가 1조2000억원) 딜라이브(8000억원) 전주페이퍼(7000억원) 영실업(5000억원) 잡코리아(5000억원) 등이 있다. PEF가 조 단위 기업을 인수했다는 사실이 화제였던 시대가 가고 거꾸로 조 단위 기업을 매각하는 '큰손'이 된 시대가 열린 것이다.
지난해 국내 최대 규모 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오렌지라이프와 코웨이를 각각 2조2989억원과 1조6849억원에 매각한 것은 PEF가 M&A 시장에서 기업 인수뿐 아니라 매각 쪽에서도 영향력이 커졌음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국내 대기업 간 주요 빅딜 사례로 꼽히는 2014년 삼성·한화 빅딜과 2015년 삼성·롯데 빅딜이 각각 2조원과 3조원 규모였다. 지난해 MBK파트너스 보유 기업 매각 금액은 국내 굴지 대기업 간 빅딜 금액을 훌쩍 넘는다. 기업 매각에 있어서도 PEF가 대기업을 능가하는 규모를 갖춘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PEF 시장 급성장을 이끈 원동력 중 하나로 꼽힌다. 전통 자산인 주식과 채권 가격이 동반 급락함에 따라 새로운 투자처인 대체투자 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이후 국민연금공단을 비롯한 국내 기관투자가는 물론 글로벌 연기금들은 일제히 PEF 출자를 늘려왔다. 지난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아·태 PE가 보유한 실탄만 367조원에 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처럼 PEF가 M&A 시장에서 득세하는 사이 대기업의 역할은 쪼그라들고 있다. 우선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며 대기업 투자 활동이 올스톱됐다. 이후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적폐 청산 과정에서 반기업 정서까지 덩달아 높아지며 M&A 활동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창업 1~2세대들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시기적 요인까지 겹치며 대기업의 M&A 참여는 극도로 위축된 상황이다.
정치적 불확실성과 더불어 경제 환경 역시 악화되자 국내 기업의 M&A는 해외로 집중되고 있다. 최원표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는 "거시경제 환경이 변화하고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며 다수 대기업이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국내 기업들이 내수시장 성장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 확보를 위한 해외 기업 M&A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대기업들이 국내 사업은 팔고 해외 기업은 사는 트렌드가 점차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내 대기업이 해외가 아닌 국내 기업에 투자하는 경우에 PEF에 조력을 구하는 것 역시 상수가 되고 있다.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 법인 출범 과정에서 미래에셋그룹PE는 4000억원을 투자했다. 합병 과정에서 투자금 회수를 원했던 태광그룹 오너 등의 자금 소요를 대신 부담한 것이다.
신세계그룹의 통합 온라인 플랫폼 쓱닷컴 출범에도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와 BRV벤처스는 물론 토종 PEF 루터프라이빗에쿼티가 1조원을 투자해 쓱닷컴의 물류 투자 자금 등을 공급했다. SK그룹의 11번가 분사 과정에서도 H&Q코리아가 5000억원을 공급해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도 했다.
향후에도 PEF가 국내 기업을
[한우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