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블랙스톤은 국내 사모펀드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매물로 내놓은 지오영 지분 약 46%를 1조1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하고 이날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블랙스톤은 본입찰에서 가격 경쟁력, 인수 완결성 등 종합적인 부분에서 우위를 보인 덕분에 의약품 유통업체 알짜로 꼽히는 지오영 지분 확보를 마무리했다. 나머지 지분 대부분은 지오영 공동 설립자인 조선혜 회장과 이희구 회장 등이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 매각과 관계없이 경영권은 조 회장 측이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
블랙스톤은 국내에서 스타필드 하남 등 부동산 투자는 활발하게 나섰지만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는 존재감이 옅었다. 우리금융과 공동 설립했던 우리블랙스톤펀드를 통한 지분 투자건을 제외한 단독기업 투자는 핸드백 제조기업 시몬느 지분 투자 외에 이렇다 할 딜이 없었다. 시장에서는 이번 지오영 지분 매입을 이례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오영은 2002년 인천병원 약제과장을 지낸 조 회장과 대웅제약 영업본부장으로 활동한 이 회장이 공동으로 설립한 회사다. 2013년 국내 모든 제약산업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넘어선 지오영은 2017년과 2018년 매출액으로 2조3232억원, 2조5762억원을 기록했다.
의약품 도매업체로는 처음 광역 물류시설을 구축하고 병원 유통망을 확대한 지오영은 전국 약국 1만4000여 곳과 대형병원 50곳가량에 의약품을 유통하고 있다. 여기에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시장까지 영역을 확대하는 등 종합 헬스케어 서비스 기업으로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는 점 역시 블랙스톤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매각주간은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이 맡았다. 인수 측 자문은 골드만삭스가 진행했다. 이번 매각은 지난 2월 말 앵커에쿼티가 보유한 지오영 지분이 매물로 나온 것으로 알려진 뒤 두 달여 만에 완료됐다.
인수 결정이 신속하게 마무리된 배경으로는 조선혜 회장 측이 경영권을 유지한다는 점이 꼽힌다. IB업계 관계자는 "재무적투자자(FI)만 교체되는 딜은 인수하더라도 회사 운영에 개입할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확실하게 관심이 있는 후보만 들어온다"며 "현재 경영진 능력이 검증된 만큼 인수 후보들도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은 거의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조 단위 인수금액이 예상돼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부담이 컸음에도 글로벌 사모펀드들이 뛰어들면서 흥행에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FI의 내부 현황도 이번 인수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IB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FI 가운데 상당수가 소진해야 하는 드라이 파우더(사모펀드 투자금 중 아직 투자가 집행되지 않은 돈)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정적인 투자처가 절실한 상황에서 의약품 유통업계 1위 업체 지분이 매물로 나왔다는 게 이들에게는 매력으로 작용한 셈이다.
매각에 성공한 앵커에쿼티는 2013년 골드만삭스PIA 등에서 지오영 지분 46%를 1500억원에 인수한 뒤 약 6년 만에 막대한 차익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특히 설립 후 처음으로 조 단위 거래를 성사시킨 만큼 향후 행보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앵커에쿼티가 지오영을 인수하고 설비 자동화 등을 위해 투자한 금액이 있지만 매각 결정을 내리면서 책정한 금액과 유사한 수준에서 매각을 마쳐 앵커에쿼티의 M&A 성공 사례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앵커에쿼티가 1250억원을 투자해 FI
블랙스톤은 이번 인수 성공을 바탕으로 국내 M&A 시장에서 보폭을 더욱 넓힐 전망이다. 블랙스톤은 최근 이지스자산운용과 함께 인천 경인아라뱃길에 위치한 물류단지 2개동을 1300억원가량에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석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