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이 주도하는 10억달러(약 1조1500억원) 규모 빈그룹 지분 투자와 관련해 SK동남아투자회사 5억달러, IMM인베스트먼트 3억달러, 제3의 사모펀드 2억달러 투자가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SK동남아투자회사는 작년 8월 SK(주),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SK E&S 등 주요 계열사가 10억달러 규모 자본금을 대 설립한 투자전문회사다.
특히 공동 운용사 제3의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하는 2억달러는 국민연금의 코퍼레이트파트너십펀드(코파펀드) 등 국내 연기금의 출자 자금으로 구성하기 위해 논의되고 있다.
해외로 진출하려는 국내 기업들을 돕기 위해 2011년 도입된 코파펀드는 기업의 해외 투자가 결정되면 일정 금액을 국민연금이 출자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기업으로서는 투자금 마련의 부담을 덜고, 해외에서 유명한 국민연금 브랜드 효과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01년 설립된 빈그룹은 베트남 증시 시가총액의 20% 이상을 차지해 '베트남의 삼성'으로 불린다. 베트남 마트 시장 1위 빈마트와 아파트 건설사 빈홈, 리조트 브랜드 빈펄, 종합병원 빈멕국제병원에 이어 자동차·스마트폰 제조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번 투자와 관련해 빈그룹은 지난달 이사회에서 최대 5개 외국 투자기관을 대상으로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위해 주식 2억5000만주(25조동 규모·약 1조2400억원)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또 지난 20일 주주총회 일정을 5월 20일∼6월 20일 사이로 정하고 주주 명부 폐쇄 공고를 냈다.
빈그룹은 25조동을 조달하면 이 가운데 6조동을 자동차 제조업체인 빈패스트와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빈스마트, 빈테크 등 자회사 3개사에 투자하기로 했다. 나머지 10조동으로 채무를 상환하고, 9조동은 운영자금 등으로 쓴다는 계획이다.
앞서 SK그룹은 지난해 9월 SK동남아투자회사를 통해 베트남 2위 민간기업인 마산그룹 지주회사 지분 9.5%를 4억7000만달러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다양한 제휴 관계를 수립한 바 있다. 이번 빈그룹 투자에도 마산그룹 투자 때처럼 △계열사 상장 시 지분 투자 우선권 △인수·합병(M&A) 시 지분 투자 우선권 △신사업 진출 시 공동 투자 등 조항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이 베트남 1·2위 민간기업과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게 되는 셈이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17년과 작년에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와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한
한편 SK그룹 관계자는 "빈그룹 지분을 얼마나 살지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인 투자 금액과 투자 주체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시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