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의 경영 승계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한진칼 2대주주인 KCGI가 이달 들어 9차례나 이 주식 장내 매수에 나서며 오너가와 지분율 차이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민연금은 한진칼 지분을 줄이며 치열해지는 경영권 분쟁에서 발을 빼는 모양새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CGI는 지난 3월 29일 치러진 한진칼 주주총회 이후에도 보유 지분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KCGI는 주총 전날인 3월 28일 12.68%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이달에만 9차례 한진칼 주식에 대한 장내 매수에 나섰다.
이를 통해 24일 기준 KCGI 지분율은 14.98%까지 높아졌다. 한 달 새 2.18%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이로써 단일 주주로는 최대인 고(故) 조양호 회장(17.84%)과 지분율 격차가 2.86%로 좁혀졌다. KCGI의 이런 행보는 한진칼 경영권 확보를 위한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내년 주총을 앞두고 주변 여건은 KCGI에 유리하다는 평가다.
조 회장이 갑작스럽게 별세한 데다 조원태 신임 한진그룹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도 내년 주총 전에 끝나기 때문이다. 조원태(2.34%)·조현아(2.31%)·조현민(2.30%) 등 조 회장의 삼남매 지분율이 비교적 낮다는 것도 KCGI 입장에선 유리한 구조다.
이와 달리 주총을 앞두고 한진칼을 견제해왔던 국민연금은 지분을 매각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3일 국민연금은 한진칼 보유 비중을 기존 5.36%에서 4.11%로 1.25%포인트 줄였다고 공시했다.
10일부터 16일까지 74만1474주를 장내 매도했는데 이 기간 순매도액만 317억원에 달한다. 지난 12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별세 소식이 전해진 후 한진칼 주가가 급등하자 대거 차익 실현에 나선 셈이다. 국민연금이 직접 투자로 확보한 지분이 거의
이로써 국민연금은 공시의무에서도 자유롭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공적 기관의 위치에서 어느 편을 들기 어려워 서서히 발을 빼려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