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오후 서울시 개포구 일원동 디에이치자이개포 아파트 공사장 내부에서 건설노조원 수십 명이 경찰 인력과 마주보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공사장 안팎에서 벌어진 시위에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조합원 1000여 명이 참여했다. [사진 제공 = 한국노총] |
민주노총도 강경 대응으로 맞서며 피해는 건설현장에 돌아갔다. 상대방 노조원의 안전장구 미착용이나 환경 조치 위반 등을 적발하겠다고 공사현장을 촬영하며 '몽니'를 부리는 통에 건설현장이 스톱됐기 때문이다. 이런 양대 노조 간 일자리 다툼은 23일 벌어진 디에이치자이개포 건설현장의 양대 노조 충돌과 '판박이'다. 양대 노조 간 충돌은 지하 골조공사에 들어가는 투입 인력 몫을 놓고 시작됐다. 이 사업장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본격 시작된 이 사업장은 현재 지하층 터파기와 골조공사를 진행 중이다. 건설현장은 터파기가 끝나면 인력을 투입해 지하 골조공사가 진행되는데 이 공정을 두고 건설노조 간 다툼이 극심하다.
현장 직원 A씨는 "먼저 현장에 들어온 노조가 지하 알루미늄 폼 공사를 사실상 독점했는데 다른 강성노조가 자기 조합원 몫도 떼달라고 하면서 갈등이 일기 시작했다"며 "강남권에 상징성 있는 대규모 사업장이다 보니 양측 자존심 싸움으로 번진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장 관계자 B씨는 "건설현장 건설노조는 '인력 파견회사'나 마찬가지"라며 "무조건 자기 소속 노조원을 쓰라고 강요하고 양쪽에 끼여 원도급이나 하도급 모두 오도 가도 못하다가 중재하려 해도 도무지 합의가 되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런 건설노조 난립과 횡포는 최근 건설경기 위축으로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고조되고 있다.
수도권에서 주로 공사를 담당하는 철근 콘크리트 공사업체 임원 C씨는 "웃기는 얘기지만 지금 건설현장에서 임금과 고용 모두 선택권을 쥐고 있는 건 현장 감독자들이 아닌 노조"라며 "현 정부 들어 일자리 감소 문제로 법무부와 출입국관리소가 외국인 인력의 불법 취업을 집중적으로 적발하고 출국 조치하면서 건설노조들이 이를 미끼로 일자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디에이치자이개포 현장의 근무인력을 막아선 민주노총 조합원들도 "한국노총이 불법적으로 외국인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노총 측은 "전혀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맞섰다. 이런 건설현장에 대한 '업무방해'에도 건설 원도급사를 비롯해 직접 고용을 하는 하도급업체는 일절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못한다. 강성노조 '몽니'로 공사가 중단되면 건설장비 임차비 등을 고스란히 날리고 최악의 경우 공기가 지연되면 손해배상 책임을 건설사가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노조의 일탈 행위가 강도를 더해가자 건설현장에서도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다. 비노조 소속 철근 콘크리트 공사업계 근로자·종사자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등을 통해 들고 일어나기 시작했다.
올 들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장한 노조의 일탈행위 관련 청원은 수십 건을 초과했다. 국민청원 동의 수도 작년까지만 해도 수백 건에 그쳤지만 최근 들어 수만 명을 넘어선 청원 역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지난달 25일 '건설노조에 끌려가는 '대한민국 건설시장' 국민들은 아시나요?'라는 제목의 청원은 원고지 23매 분량으로 건설노조의 갑질 행위를 적나라하게 적었다. 해당 청원자는 "노조가 '외국인 불법 고용' '안전수칙 미준수' 등 구호를 앞세우지만 결국 근본적인 목적은 노조원 채용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건설현장이 무법천지가 된 것은 공권력·경찰 책임도 크다고 꼬집었다. 청원인은 "정부와 경찰은 노조가 진정이나 고소를 하면 건설현장을 멈춰가며 회사를 쥐 잡듯이 하면서 회사가 건설노조들의 악질적인 횡포와 불법행위를 신고하면 수수방관하기 일쑤"라고 토로했다. 청원인은 또 "노조원의 업무능력은 비노조원에 비해 절반밖에 되지 않아 공기가 길어지고 공사 품질이 떨어지며 전체 공사비까지 늘어나 최종 소비자인 국민에게 피해가 간다"면서 청원에 전 국민적 관심을 가져줄 것을 호소했다. 이 밖에도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올 들어 일주일에 2건꼴로 건설노조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피해를 보는 건 건설현장뿐만이 아니다. 23일 집회가 있었던 인근인 개포동에 거주하는 이 모씨(66)는 "몇백 명이
[이지용 기자 / 전범주 기자 /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