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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모멘티브 인수에 나선 SJL파트너스·KCC·원익 컨소시엄은 마지막 관문이었던 미국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 승인 통보를 19일(현지시간)에 받아, 이달 말 30억달러(약 3조3000억원) 규모 딜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모멘티브는 세계 시장 점유율에서 실리콘 3위, 석영 1위를 차지하는 소재 전문 기업이다. 이번 인수 이후 실리콘 업계 10위권인 KCC와 함께 실리콘 분야에서 미국 다우듀폰에 이어 2위로 올라서게 된다. 작년 기준 27억달러인 회사 매출에서 실리콘과 석영 비중은 8대2이고, 4억달러 규모 수익(EBITDA·이자·법인세·감가상각비 차감 전 이익)에서 실리콘과 석영 비중은 9대1이다.
SJL·KCC·원익 컨소시엄은 △수개월 내에 실리콘 사업 법인과 석영 사업 법인 분리를 마친 후 △향후 사업 연관성이 높은 기업을 M&A하는 '볼트온(Bolt-on)' 전략을 구사해 성장성·수익성을 높이고 △추가 투자를 받은 이후 2024년까지 실리콘 법인은 미국 증시에, 석영 법인은 홍콩 증시에 상장한다는 사업 계획을 최근 인수금융단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IB 업계에서는 실리콘 법인은 SJL과 KCC가, 석영 법인은 SJL과 원익이 반반씩 지분율을 가진 후 경영은 KCC, 원익이 각각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일상적인 경영은 미국 현지 경영인이 주도할 것으로 전해졌다.
모멘티브 실리콘 법인이 미국 증시 입성에 성공하면 시가총액만 수십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만간 상장폐지가 예정된 한화큐셀 이후 최대 규모의 한국계 기업 미국 상장 사례가 될 전망이다. 상장에 앞서 블록딜 형식으로 지분이 50% 미만으로 매각될 가능성도 있다. 또 반도체 소재로 쓰이는 석영 수요가 많기 때문에 석영 사업부는 홍콩 증시 상장이 2~3년 내에 이뤄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SJL·KCC·원익 컨소시엄의 모멘티브 인수는 여러 측면에서 한국 IB 업계에 큰 획을 그었다. 우선 토종 PE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대규모 국경 간 거래(크로스보더·Cross-Border) 딜을 성사시켰다는 점이다. JP모건 출신 임석정 SJL파트너스 회장의 개인적 네트워크가 많이 작용하기는 했지만 향후 PE와 대기업 간 새로운 상생 모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폴로 등 미국계 PE가 대주주인 인수전에서 꽤 합리적인 가격에 인수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임 회장은 모멘티브가 매물로 나온 것을 확인하고 2017년 11월 석영 사업을 하는 원익을 먼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모멘티브 매출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실리콘 분야 국내 최대 기업인 KCC를 끌어들여 이번 딜을 완성시켰다.
미국 정부가 한국 기업에 주요 소재 기업 M&A를 허용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IB 업계 관계자는 "앞서 중국 기업이 이번 딜보다 훨씬 큰 금액인 50억달러를 제시하며 M&A를 시도했지만 CFIUS가 세 번이나 퇴짜를 놨다"며 "한국 기업 컨소시엄이 별다른 이의 제기 없이 CFIUS 승인을 받았다는 점에서 향후 미국 크로스보더 M&A에 있어 후발 주자들을 위한 고속도로를 깐 셈"이라고 말했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소재 기업을 한국 기업이 차지한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시각도 많다. 업계 전문가는 "모멘티브가 생산하는 고부가 실리콘은 자동차 유리 대용품으로 사용될 정도로 사용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고무, 플라스틱 대체용으로 전기차 시대에 각광받는 소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자인 KCC 주가
[조시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