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의 재건축 심의 지연에 항의하는 대형 현수막이 아파트 벽면에 걸린 잠실주공5단지 모습. [이승환 기자] |
재건축조합 등 주민들이 인허가 지연에 반발해 벽에 내건 '대형 현수막'을 송파구청이 철거하라고 지시하면서 긴장감이 갈수록 높아지는 분위기다.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송파구청은 지난 11일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에 아파트 벽면에 걸린 현수막 20여 개를 오는 5월 2일까지 자진 철거해 달라고 공문을 보냈다. 해당 기한 안에 철거하지 않으면 옥외광고물 관리법에 의거 현수막 1개당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주민들은 서울시가 재건축 심의를 계속 지연시키면서 삶의 질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지난 17일 저녁 잠실주공5단지 전기실 설비 고장으로 발생한 정전으로 단지 내 500여 가구와 인근 상가가 전기 공급이 끊겨 큰 불편을 겪었다. 최근 한 동에선 정화조가 터져 아파트 지하로 오물이 침투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되자 미관상 좋지 않음을 감수하고 주민들이 대형 현수막을 내건 것이다.
정복문 잠실주공5단지 조합장은 "서울시와 박원순 시장이 당초 약속을 지키지 않아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면서 주민들의 삶의 질이 저하되고 있다"며 "서울시가 아무리 압박을 넣어도 현수막을 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잠실주공5단지는 1978년 입주해 올해로 42년 차를 맞은 총 3930가구 규모의 노후 단지다. 잠실주공5단지 조합은 서울시와 2017년 9월 국제현상설계 공모를 조건으로 '50층' 재건축안을 합의한 후 지난해 6월 공모를 거친 당선작 설계안을 서울시에 넘겼다.
하지만 집값 자극 등을 우려해 서울시가 계속 심의를 보류하면서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수정 정비계획안은 이후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같이 주민들이 대대적으로 현수막을 내거는 것도 이례적이지만 주민들이 내건 현수막을 구청이 정색하고 철거를 요청하는 경우도 이례적이다.
송파구도 옥외광고물 부착이 불법이라 현수막 철거를 요청했지만 자진 철거 기간이 끝나도 강제 철거에
송파구 관계자는 "단지 일대가 집회 장소로 신고돼 있고 현수막 내용이 주민들의 권리 보호를 주장한다고도 볼 수 있어 신중히 관련 법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며 "강제 철거 등 법적 절차보다는 결국 서울시와 주민들의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