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74포인트(0.12%) 내린 2245.89에 마감했다. 코스피는 전날까지 13거래일 연속 오르며 1984년 1월 이후 약 35년 만에 처음으로 최장 연속 상승을 기록했다. 이 기간 외국인 투자자들은 13거래일 중 12거래일 매수 우위를 보이며 코스피 상승을 유도했다.
다만 이날 코스피는 전날 미국 뉴욕증시 상승에도 불구하고 연속 상승에 따른 피로감을 보이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1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0.26%),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0.05%), 나스닥지수(0.30%)가 모두 상승했다. S&P500지수는 지난해 9월 20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2930.75에 다가섰고, 나스닥지수는 6개월 만에 처음으로 8000선을 넘겼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도 코스피시장에서 매수 행보를 이어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연초부터 이날까지 코스피시장에서 약 6조963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 기간 개인과 기관은 각각 5조9510억원, 1조3090억원을 순매도했는데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매수 우위를 보인 것이다. 외국인은 코스닥시장에서도 693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로써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치면 약 7조6560억원어치를 순매수한 셈이다.
국내 증시 투자자들은 코스피가 베어마켓 랠리를 보이는 것인지, 혹은 대세 상승장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는 2분기에 감속하고 나서 다시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한국 증시에서 중요하게 지켜봐야 할 변수는 중국 수입증가율인데 4월부터 중국 증치세가 인하됐기 때문에 5월에 발표될 중국 수입증가율은 크게 늘어날 것이고, 국내 상장사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도 여름부터 반등하면서 국내 증시 상승세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센터장은 "아직 지표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거시경제가 이미 돌아선 걸로 봐야 한다"며 "확인을 하고 나면 늦는다"고 진단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주요 20개 증권사에서 예측한 올해 코스피 상단 평균은 2408인데 지수가 이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윤 센터장은 "성장의 주인공은 여전히 미국이 될 가능성이 높고, 국내 증시에서도 갈수록 성장이 나타나는 업종들이 주목받을 수 있다"며 "서버 D램 수요 회복 기대감이 있는 정보기술(IT)과 중국의 구매력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자동차, 무형 경제 성격이 있는 미디어 등이 유망할 것"이라고 했다.
올해 국내 기업 실적이 저조한 배경에는 반도체의 실적 악화가 자리 잡고 있지만, 올해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수 규모의 약 70%는 시가총액 상위 반도체 업종이 차지했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코스피 저점은 1분기에 확인했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3분기까지는 계속 시장이 괜찮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박 센터장은 "1분기에 국내 증시가 워낙 갑작스럽게 올라서 펀더멘털과 지수 괴리가 발생했는데 EPS 성장률이나 경기선행지수 등 경기순환 지표들이 2분기 중 저점을 확인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반면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국내 증시를 '베어마켓 랠리'로 평가했다. 조 센터장은 "기업 이익이 증가하거나 경기가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주가가 오른다면 대세 상승장으로 볼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경기 연착륙 가능성이 커졌다는 기대감이 지수를 끌어올렸으나 연착륙도 착륙이기 때문에 상승은 박스권 내에서 제한적"이라고 전망했다. 조 센터장은 "시장에선 국내 증시가 이번 4월에는 2300선까지, 3분기엔 2400선까지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베어마켓 속에서 랠리가 이어지는 상황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희정 키움증
[정슬기 기자 / 정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