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현대차 경영권 공격에 앞장섰던 엘리엇 펀드의 아시아·태평양 총괄대표가 이달 초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달 현대차그룹 정기주주총회에서 8조원이 넘는 고배당과 사외이사 선정 등 엘리엇의 주주제안이 모두 부결된 바 있어 사의 표명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현대차그룹 이사진에 서신을 보낸 명의자인 제임스 스미스 엘리엇 어드바이저스 매니징 디렉터가 최근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IB업계 관계자는 "2015년 삼성물산과 작년 현대차 주주제안을 이끌었던 스미스 대표가 최근 회사를 떠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어떤 이유로 떠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엘리엇과의 관계는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대표 사의 표명 직전 엘리엇은 현대차그룹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을 단 한 건도 관철시키지 못했다. 당시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이 초과 자본을 줄이고 이를 주주에게 환원해야 한다며 현대자동차에 대해 사측 제안(주당 3000원)의 7배가 넘는 주당 2만1967원을 배당하라고 요구했다. 현대모비스에 대해서도 주당(보통주) 2만6399원(사측 제안 4000원)의 배당을 제안했다. 이 같은 엘리엇의 제안에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 출석한 주주 중 86%와 85.9%가 각각 사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엘리엇의 배당 요구가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또 로버트 랜들 매큐언 밸러드파워시스템 최고경영자 등 엘리엇이 양사에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던 5명에 대해서도 국내외 투자자들이 반대표를 던졌다. 현대차 이사회가 추천한 윤치원 UBS그룹 자산관리부문 부회장과 유진 오 전 캐피털그룹 인터내셔널 파트너, 이상승 서울대 교수 등 3명이 모두 77~90% 찬성률로 가결됐으며 현대모비스 역시 이사회가 추천한 후보가 90% 넘는 찬성률로 사외이사에 선정됐다.
이미 주주총회에 앞서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기관으로 꼽히는 글라스루이스와 ISS는 엘리엇의 고배당 제안에 반대를 권고한 바 있다. 국민연금마저 엘리엇 제안에 하나도 동의하지 않으며 '엘리엇 측 전략 실패'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앞서 스미스 대표는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면서 처음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바 있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했다며 양사의 합병 비율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엘리엇은 지난해 7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근거해 한국 정부의 부당한 조치로 주가가 하락해 손실을 봤다면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까지 제기한 상태다. 또 작년 5월 현대차 측 지배구조 개편안을 무산시키면서 헤지펀드 전략가로서 면모를 과시했다. 당시에는 글라스루이스와 ISS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가 모두 엘리엇 편에 섰고 결국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주총을 취소하면서
하지만 지난달 현대차 주총 이후 시장에서 '엘리엇의 완패'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스미스 대표 이후 엘리엇의 현대차 투자가 철회될지도 관심사"라고 평가했다.
[조시영 기자 / 박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