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주거이전비 보상 대상인 '세입자' 범위에 무상거주자를 포함시키라는 국민권익위원회 권고에 국토교통부가 '기준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된 계약 없이 빈집 등에 거주하는 사람까지 보상 대상에 포함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선 "대상이 아니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행정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권익위의 권고 탓에 정비사업 현장에서 한바탕 혼란이 일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7일 국토부에 따르면 권익위는 최근 주거이전비 보상 대상인 '세입자'에 무상거주자도 포함시키라는 내용을 담은 '주택재개발사업의 세입자 주거이전비 보상기준 명확화 방안'을 권고했다.
현재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에 따르면 공익사업 때문에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주거를 이전해야 하는 건물 소유자와 세입자에게는 주거이전비를 보상해야 한다. 하지만 세입자에 대한 정의나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보상을 둘러싼 분쟁이 많았다. 특히 주택 재개발 혹은 재건축 사업이 추진될 때 무상으로 거주하는 자가 보상 대상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혼란이 있었다. 또 세입자가 주거이전비를 보상받기 위해서는 해당 주택에 실제 거주해야 하나 입증 방법이 법령 등에 규정되지 않아 이에 대한 민원도 자주 발생했다.
급기야 작년 말 서울 마포구 아현동 철거민 박 모씨가 재건축 강제집행에 쫓겨 거리를 전전하다 삶을 스스로 포기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권익위 권고는 정비사업이 진행되는 중에 인권이 유린당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한 대책 성격이 짙다.
하지만 정비사업 현장에선 일대 혼란이 일었다. 계약을 맺지 않고 빈집에 거주하는 사람까지 '세입자'에 포함되는지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오갔다. 이 경우 보상금액이 높아지고 사업 진행 속도도 떨어질 수 있어 정비사업자 입장에선 치명타가 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혼란이 커지자 사태 뒷수습에 나섰다. 국토부 관계자는 "세입자는 계약을 맺고 세를 내야 자격이 인정된다"며 "권익위 권고가 이런 경우까지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계약을 맺은 '무상거주자'에게 권익위의 권고를 적용할지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세부 내용을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