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 주가가 하락하면 최고경영자(CEO)들은 종종 자사주 매입에 나선다. 앞으로 경영 실적에 대한 자신감과 주가 부양, 주주친화정책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다. 실제로 CEO가 주식을 산 뒤에 주가가 오른 사례가 많다. 물론 반대인 경우도 적지 않다.
10일 매일경제신문이 4대 금융지주 수장들의 자사주 매입 현황을 분석한 결과 매입 이후 투자수익률이 가장 높은 사람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으로 나타났다. 2012년 3월 취임한 김 회장은 취임 이후 총 네 차례에 걸쳐 하나금융 주식 7225주를 매입했다.
특히 2015년에 두 차례 매입했는데 당시 취득단가가 각각 3만1050원과 2만4600원 수준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 9일 종가인 3만9200원과 비교할 때 투자수익률이 15.4%에 달했다.
지난해 주가 하락 폭이 가장 컸던 KB금융지주의 윤종규 회장은 자사주 투자수익률이 가장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회장 취임 이후 총 14회에 걸쳐 1만5700주를 매입한 윤 회장은 지난해 초 매입한 주식의 취득단가가 상대적으로 높아 9일 종가 기준 투자수익률이 -7%를 기록했다.
하지만 윤 회장은 적극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CEO로서 주가 관리에 많은 공을 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윤 회장은 CEO 취임 이전에 9번, 취임 이후에 14번 등 모두 23번이나 자사주를 사들였다. 특히 주가가 하락하던 시기인 지난해에는 6번이나 집중적으로 자사주를 사들이며 책임경영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주가가 CEO의 경영성적표를 모두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취임일 주가와 현재 주가를 비교할 때 윤 회장은 유일하게 주가가 상승했다. 윤 회장이 2014년 11월 KB금융 회장으로 취임할 때 주가가 3만9400원이었는데 9일 종가는 4만4800원을 기록한 것이다. 윤 회장 재임 기간 최고 주가는 지난해 1월 6만9200원이다.
자사주 매입을 통한 4대 금융지주 회장의 자산은 김정태 회장이 2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김정태 회장은 이미 부행장 시절까지 하나금융지주 주식을 4만7375주 보유했으며 이후 추가 매입을 통해 총주식 수를 5만2600주까지 늘렸다. 2위는 9억4000만원을 기록한 윤종규 회장이 차지했고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7억원,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6억8000만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손 회장의 경우
지난해 4대 금융지주사들은 당기순이익으로 신한금융 3조1567억원, KB금융 3조689억원, 하나금융 2조2404억원 등 저마다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지만 주가는 이와 연동해 움직이지 않았다.
[이승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