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하 10m 이상 굴착하는 모든 건축물에 적용되는 지하안전영향평가 인허가 기간을 대폭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 작업에 돌입한다. 지난해 1월부터 시작된 지하안전영향평가가 부족한 인력과 시행착오로 인해 6개월 이상 소요되면서 건설업계 '대못 규제'로 떠올랐다는 지적 때문이다.
9일 국토교통부는 "도입된 지 1년이 지난 지하안전영향평가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공사 규모나 주변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검토 절차를 간소화하고 검토 기관을 추가 지정하는 등 개선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실제 국토부는 지하안전평가를 담당하고 있는 공공기관과 이해당사자를 포함해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꾸릴 계획이다. 정부는 현재 4~8개월이 걸리는 평가제도 소요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두 가지 해결책을 들고나왔다.
먼저 현재 검토 의뢰를 맡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한국시설안전공단에 더해 기관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지하안전영향평가에 대해 전문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한국도로공사 철도시설공단 건설기술연구원 등 공공기관이나 공적 연구소가 검토기관으로 추가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 추가된 기관들이 일이 몰리는 수도권 지역 검토작업을 나눠 맡게 되면 병목 현상이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다는 논리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문 기술검토를 하고 있는 외부 기관을 현재 2곳에서 4~5곳으로 늘리는 방안이 유력하다"며 "시행령 개정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TF 논의 절차를 거쳐 하반기부터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정부는 정식 표준 매뉴얼을 제작해 보완율을 현재 99% 수준에서 50%대로 낮추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지하안전영향평가 처리 법정 기한은 최대 50일(법정 기한 30일, 최대 20일까지 연장)이지만 보완 처분을 받아 재협의가 필요할 때는 법정 기한 영향을 받지 않는다. 보완 처분이 너무 많아 법정 기한이 형해화되고, 처리기간이 무한정 늘어진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 관계자는 "지하안전영향평가를 실제 담당하는 용역회사들이 명백한 실수를 계속 되풀이하고 있어 시행 1년이 넘었는데도 보완 처분이 99% 정도 나온다"며 "정식 표준 매뉴얼을 만들어 교육시키면 보완율이 50%대로 줄어들고 법정 기한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지하안전영향평가는 '해당 구청-국토관리청-LH·시설안전공단-국토관리청-해당 구청'으로
국토부는 건설업계 고충에 대해 이례적으로 신속한 대응에 나섰다. 이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규제 철폐와 투자 확대를 강조하면서 경제살리기에 집중하는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전범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